구혜선 인터뷰. 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한스경제 양지원] 재주 많은 구혜선이다. 본업인 배우 외에 영화감독, 작곡가, 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를 개최하고 관객과 만난다. 드라마 ‘블러드’이후 2년 만의 컴백이자 안재현과 결혼 후 첫 행보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구혜선은 “결혼 후에는 대중의 인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환히 웃었다.

-개인전 ‘다크 옐로우’는 무엇을 뜻하나.

“순수와 공포,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다. 노란색은 어릴 때 내가 좋아한 색깔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성인이 되니 어렸을 때 본 그 색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색이 보였다. 지금 내가 노란색을 보는 시각이 ‘다크 옐로우’인 것 같다. 사실 그림이든 작품이든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참았지만 참을 수 없었고 이런 삶의 집착이 그림으로 나왔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주변인들에게서 많이 얻었다. 최근에는 자연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느낀다. 산 속 나무, 설경 이런 곳에 있을 때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림 속 눈이 남편 안재현의 눈을 그린 것 같기도 한데.

“그런가(웃음). 남편의 눈도 순수하게 생기긴 했다. 사실 나는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그림에 담아두길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 본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생의 순수함이 순수한 아이들의 얼굴로 표현되는 것 같다. 남편 얼굴도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지 않나. 아~ 오글거린다.”

-감정이나 생각을 늘 표현하는 타입인가보다.

“영화 같은 경우는 돈이 많이 드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림은 하라고 권유하더라. 그림은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서나 순위가 없고,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는 게 전부다. 영화도 그런 의미로 연출을 했던 건데, 괴로움을 많이 느꼈다.”

-흥행 실패 후 괴로운 마음은 어떻게 달랬나.

“곡을 쓰면서 보냈다. 마음이 괴로울 때는 오히려 음악이 잘 만들어지더라. 영화는 손해도 손해지만, 간혹 반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홍보가 마케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영화를 하면서 깨달았다. 개인전도 마찬가지다. 나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기사 클릭수가 높다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닐 테니까. 마음을 비웠다(웃음).”

-창작의 고통이 힘들지 않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의 무기력한 고통보다 창작의 고통이 훨씬 낫다. 희망이 생기면 절망이 오고, 다시 희망이 오는 게 살아가는 과정이자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림 작업을 할 때 안재현이 어떤 도움을 줬나.

“많이 배려해줬다. 작업실도 잘 침범하지 않았고, 나를 온전히 내버려뒀다. 남편에게도 내가 어떤 작품을 그리는지 설명을 많이 했다. 작업을 하면서 많이 예민해졌는데 다 참고 넘어가주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여태껏 나는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많은 배려를 받은 것 같다.”

-선행천사라는 수식어가 있다.

“기사 제목에 ‘선행’으로 나오는데 내가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니다. 조용히 하고 싶었던 건데 뭔가 좋은 일을 과시하려고 한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어떤 사람은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고 그 사람도 모르게 하는 기부가 가장 진실하게 뿌듯하게 느껴진다.”

-안재현과 나영석 PD의 예능 ‘신혼일기’에 출연하게 됐다.

“그러게 말이다. 이걸 왜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사실 남편에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편이 계속 하자고 설득했다. 남편은 이 프로그램이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했고, 나는 기록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우리의 생활이 기록되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남편이 좋은 방향으로 계속 설득해 결국 출연하게 됐다.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을 한 것 같다.”

-‘신혼일기’ 촬영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나 보다.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결혼은 성숙한 사람들이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는 좀 다르다. 결혼을 하면서 온전히 아이가 되는 것 같다. 나와 남편은 실제로도 아이처럼 유치하게 지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되게 유치하다. 그렇게 유치하게 지내는 모습이 대중에 공개된다고 하니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

-결혼 후 삶의 변화가 있다면.

“결혼 전 내가 누군가와 사랑하는 걸 말하는 것도 낯설었고, 애인이 있는 것도 낯설었다. 결혼은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결혼이 아닌 동거를 했다면, 사람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선택을 한 거니까. 이전에는 연인관계였다면 온전히 서로 사회적인 동물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대중에게 인기를 기대했다면,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독립성이 발달했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수용이라고 해야 할까. 함께 늙어갈 사람이 있어서 좋다. 결혼생활이 아름답고 판타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 그냥 생긴 대로, 되는대로 지낸다. 남들이 만들어낸, 꾸며낸 이미지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인생이 있다.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든 삶을 살고 싶다.”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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