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빈 인터뷰./ 싸이더스HQ 제공

[한스경제 양지원] 김우빈은 현존하는 20대 스타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KBS 드라마스폐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을 통해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줬다. 드라마 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영화 ‘친구2’ ‘기술자들’ ‘스물’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가 영화 ‘마스터’에서도 이병헌, 강동원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마스터’ 언론시사회 때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완성본을 처음 본 날이었다. 내 연기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서 더 긴장했다. 상영관 자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도 해서 더 떨렸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까지는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데,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판단이 어렵다. ‘마스터’ 완성본은 너무 재미있었는데, 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오글거려서 도망가고 싶었다.”

-늘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큰 것 같다.

“그렇다. ‘나만 그런가?’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배우들이 그런 것 같다. ‘기술자들’을 찍을 때 김영철 선배한테 ‘아직도 선배의 연기에 후회를 느끼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셨다. (이)병헌 선배도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아쉬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캐릭터를 더 연구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이병헌, 강동원과 연기하며 기가 눌리지는 않았나.

“정말 많이 부담됐다. 심지어 박장군 역이 분량이 제일 많았다. 회차가 많으니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오달수, 진경, 엄지원 선배까지 캐스팅이 됐다고 하니 부담이 배가 됐다. 내가 영화의 흐름을 끊을까봐 초조했다.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박장군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장군 역을 위해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했다던데.

“원래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병헌 선배의 몰디브 애드리브는 내공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박장군은 생동감이 펄떡이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대사를 더 박장군처럼 표현하려고 했다. 여러 동작이나 억양을 만들었다. 최대한 힘을 뺀 편안한 느낌을 주고자했다.”

-춤추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나.

“아니다. 내 성격상 즉흥적인 춤은 안 춘다. 대본에 나와 있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됐고, 집에서 춤 연습을 했다. 휴대폰을 고정해 놓고 혼자 춤을 춘 다음에 감독님한테 보여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내 콘셉트는 비욘세였다.(웃음) 박장군이 정말 신나서 추는 춤 아닌가. 여기에 (이)광수 형의 특유의 막춤을 추가로 넣었다.”

-필리핀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아무래도 장소 자체가 도살장이다 보니 냄새가 심했고,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소름끼쳤는데, (강)동원 형이 그런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왜, 동원 형은 ‘검은 사제들’에서 돼지와 호흡을 맞추지 않았나. 돼지의 언어를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다.(웃음) 돼지 멱따는 소리가 아니라 돼지들이 발이 땅에서 떨어졌을 때 내는 소리라고 하더라. 그 소리도 3일 지나니 적응됐다. 날씨가 너무 변덕스럽고 더워서 힘들었지만, 밥 먹고 쉬고 할 건 다 한 것 같다.”

-진 회장(이병헌)에게 공격을 당한 뒤 핼쑥해졌는데.

“박장군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좀 빼긴 했다. 필리핀에서 진 회장을 다시 만났을 때 ‘너 살 빠졌다?’ 이런 대사가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살을 뺐는데, 날이 더우니까 쭉쭉 빠지더라. 박장군이 진 회장에게 당하고 6개월이 지나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 거였으니.”

-이병헌, 강동원과 많이 친해졌겠다.

“동원 형은 대본 리딩이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먼저 친해지자고 말해 주셨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선배라고 부를 때였다. 친해지려면 호칭도 좀 편해져야 할 것 같아서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여쭤보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다. 이병헌 선배에게는 감히 그렇게 여쭤보지 못했다.(웃음)”

-세 사람 모두 개그 욕심이 있어 보인다.

“나는 박장군 같은 면이 실제로도 있다. 동원 형과 병헌 선배도 개그 욕심이 상당하신데 두 분은 코드가 정반대다. 서로 안 맞는 것 같다. 동원 형이 농담을 하면 병헌 선배가 안 웃고, 반대로 병헌 선배 개그에 동원 형은 정색한다. 병헌 선배는 약간 미국식 유머 코드가 있다. 아재 개그는 아니다.”

-다 함께 스포츠를 즐기기도 했다던데.

“병헌 선배와는 같이 헬스를 몇 번 했다. 나름 20대니까 체력적으로 더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가했는데 오산이었다. 선배 운동 방식을 따라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같은 무게로 시작했다가 결국 낮췄다.(웃음) 동원 형과는 시내 호텔에 놀러가 농구를 하기도 했다. 묵던 호텔에는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어서 YG팀 싸이더스 팀으로 편을 가르고 내기를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에 이어 진경과 두 번째 호흡이다.

“불과 2~3일 전까지 드라마를 같이 촬영하고 영화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영화에서도 호칭이 ‘김엄마’다. 아직도 엄마라고 부른다.(웃음) 선배와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너무 좋았다. 한 번 호흡을 맞추고 ‘마스터’로 다시 만나니 연기하기 훨씬 수월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았지만 김엄마와 박장군의 관계는 톰과 제리 같다. 선배와 두 캐릭터의 전사를 함께 만들었다.”

-드라마가 흥행하지 않았는데 아쉬움은 없었나.

“마지막 방송분이 시청률 7!8%가 나왔다. 절대로 잘 안 된 드라마가 아니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의 기준점이 높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작품은 내가 받은 선물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다. 이경희 작가님께도 감사하다. 20대의 나이에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표현도 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 늘 막내였는데 ‘함틋’에서는 형이었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느끼며 촬영한 드라마다.”

-요즘도 그림을 그리나.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고 그냥 하는 수준이다. 작품을 준비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감정을 그리는 게 재미있다. 글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림은 캔버스에 그리기만 하면 되니까 찾기 쉬워서 좋다. 지금도 예전에 그린 그림을 보면서 ‘아, 내가 저 때 저런 기분이었구나’라고 돌이켜본다. 친구들은 내 그림을 보면 ‘이게 도대체 뭐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정우 선배의 그림을 인터넷으로 봤는데 정말 완성도가 높았다. 그에 비하면 내 그림은 초등학생 수준이다.”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는 ‘톱’의 위치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20대 배우일 뿐이다.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지만, 굳이 계산하면서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마스터’를 하면서 ‘왜 원탑영화를 하다 세 번째 주인공으로 갔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한테는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좋은 작품이면 카메오로 출연해도 상관없다. 앞으로도 천천히, 여러 장르와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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