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FIFA 인스타그램.

[한스경제 박종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 아니면 리오넬 메시(30ㆍ바르셀로나).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 역사를 지배한 공식이다. 둘은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여왔다.

이번에는 호날두가 이겼다. 호날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1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한 제1회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 2016년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받았다. 전 세계 FIFA 회원 가입국 대표팀 주장(25%)과 감독(25%), 기자단(25%), 일반 팬(25%)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호날두는 34.54%의 득표율을 기록, 메시(26.42%)와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7.53%)을 제쳤다. FIFA는 2010년부터 프랑스 축구매체 프랑스풋볼과 함께 매년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최고 선수를 뽑아왔지만, 양측의 계약 만료에 따라 올해부터는 별도로 시상했다.

호날두는 지난해 각종 트로피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본 데 이어 2016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고국 포르투갈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에선 결승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정상에 올려놨다. 지난해 12월 개인 통산 4번째 발롱도르(Ballon d'Or)를 수상하며 메시(5회)를 바짝 추격한 호날두는 이번 FIFA 올해의 선수 트로피도 품에 안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각인시켰다.

호날두는 “정말 굉장했던 한 해였다"며 "팀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트로피를 받았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메시는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다.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칠레에 패했다. 그 충격으로 메시는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했었다.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축구 전문가들은 호날두의 FIFA 올해의 남자선수상 수상이 예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팀 성적에서 비교우위를 보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준희(47) KBS 축구해설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16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을 만하다”며 “반면 메시의 퍼포먼스는 객관적으론 훌륭했지만, 소속팀이 결정적인 순간 다소 불운했다. 임팩트에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한준희 위원은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과 팀 성적에서 호날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태륭(34) KBS 축구해설위원도 호날두의 손을 들었다. 김 위원은 “메시는 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날두는 개인 기록은 물론 팀 우승을 통한 트로피 수집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호날두는 스타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경기력을 볼 때 지난 1년간은 예전 수준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호날두와 메시의 양강 구도에 대해 “곧 깨질 것 같다. 길어야 2~3년 정도 본다. 루이스 수아레스(30), 네이마르(25ㆍ이상 바르셀로나), 폴 포그바(24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음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차상엽(42) JTBC3 FOX 스포츠 축구해설위원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는 호날두가 받는 게 당연하다. 개인 기량은 사실 호날두나 메시 중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호날두가 팀 성적의 후광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많은 표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호날두와 메시의 2강 구도는 앞으로 2~3년 정도 갈 듯하다. 네이마르와 수아레스가 구도를 깰 후보로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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