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신탁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은행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대마진으로만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중에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은행권 신탁수수료 이익.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 1조1,650억원 중 신탁수수료 이익은 1,362억원으로 전체 순익의 11.7% 수준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663억원의 신탁수수료 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1조5,117억원)의 4.3% 정도다. KEB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147억원을, 우리은행은 621억원을, 기업은행은 164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신탁수수료 이익이 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올해 신탁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신탁연금사업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탁시장에서의 마켓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퇴직연금과 신탁사업 부문의 시너지 확보를 위해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높였다. KEB하나은행 역시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새단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중에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탁수수료 이익을 확대해 성장활로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고, 수익원의 다양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출시된 신탁 상품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탁연금그룹 내에 상품개발팀을 두고 새로운 신탁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이색적인 상품이 많다. 추후 치매 발병 등의 사유로 후견이 개시되면 후견인이 치매치료 및 요양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지급받아 고객(위탁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KB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이나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KB 펫(Pet) 신탁’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두 상품 모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적은 미비하지만 상담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상품이 아직 생소한 만큼 추후 가입자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치매안심신탁’도 초기 단계여서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신탁 사업 확대를 시도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기 어려우나, 매년 순익 증가율이 20~30%에 이르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금융권은 예측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신탁 제도 활성화를 위해 수탁재산 범위 확대 및 생전 신탁·유언 신탁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 성장세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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