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이 우여곡절 끝에 김인식(70) 감독이 이끄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대표팀 예비 소집에 앞서 선동열, 이순철, 송진우, 김동수, 김광수, 김평호 코치와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오승환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4일 회의 때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을 유보했던 김 감독은 이날 “오승환은 꼭 필요한 선수다. 대표팀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 요원 양현종(KIA)이 몸 상태가 괜찮다며 3월 대회에 맞춰 구위를 끌어 올린다고 한다”면서 “양현종 발탁이 어려울 경우 김광현(SK)의 대체 선수로 선발 요원을 뽑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양현종이 괜찮다고 하니 마무리 오승환을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을 평정하고 미국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거듭난 오승환이지만 2015년 10월 불법 해외 도박에 따른 징계와 비난 여론 탓에 당초 WBC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법 처벌(벌금 1,000만원)은 이미 받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를 소화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 50%(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에 징계를 치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거들의 출전이 불투명해 대표팀 전력이 약해지자 오승환의 발탁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최근까지도 찬반 양론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였기에 이번 결정으로 비판 여론도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이 오승환 발탁에 강한 의지를 보인 이유 중 하나는 세인트루이스의 의중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는 오히려 ‘오승환이 돈을 훔쳐 도박을 했는가? 자기 돈으로 했다면 왜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할 이유인가’라고 의아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출국하기 전 나와 통화를 하며 ‘WBC 대표팀에 뽑히면 구단에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며 “오승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오승환이 WBC에서 나라를 위해 뛰며 만회하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지난 6일 개인 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오승환은 이번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인식 감독은 “텍사스가 KBO에 ‘추신수(35ㆍ텍사스)의 대표팀 합류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추신수가 고액 연봉 선수이고, 지난해 부상이 많았던 걸 걱정하는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부상 방지위원회, 선수노조가 메이저리거의 WBC 출전 문제를 논의하고 20일까지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아무래도 구단 쪽 의견에 무게가 실릴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메이저리거 김현수(29ㆍ볼티모어)도 WBC 출전이 어렵게 됐다. KBO는 이날 “김현수가 김인식 감독과 통화에서 WBC 참가에 대해 고사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혹시라도 볼티모어가 다른 나라 대표 선수 차출에 응하면서 김현수의 WBC 출전을 반대하면 우리도 항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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