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경화 IT세상

얼마 전, 오랜 친구 한 명이 ‘SNS 중단’ 선언을 했다. 그 즉시 친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SNS에 범람하는 각종 소식을 들여다보다 하염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했으며, 때로는 SNS 지인들의 삶을 훔쳐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며, SNS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단순히 SNS를 자주 이용하는 수준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몇몇 사용자의 경우 주변인들과 본인 삶을 비교하며 자괴감을 느끼다가 우울증을 호소하곤 한다. 실제로 미국 미주리 과학기술 연구팀이 2012년 대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SNS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우울증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멋진 삶을 자랑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본인의 삶을 과대 포장해서 보여주고는 그 괴리에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만, SNS에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와 의견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파급력을 통해 통해 어려움에 처한 제3세계 아이가 도움을 받거나, 재능있는 예술가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등 좋은 사례도 많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SNS가 가진 순기능을 믿는다. 연락하기 힘들었던 반가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거나, 같은 분야의 기자들이 나누는 유쾌한 의견 공유는 오프라인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일들이다. 내가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됐던 일도 있으며, 해외 출장에서 만났던 짧은 인연의 일본 친구와도 몇 년 째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 나는 SNS를 시대가 바뀌며 선물처럼 주어진 새로운 정보와 소통의 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나 역시 SNS의 추한 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트위터에서의 한 마디 말 실수로 여러 사람을 상처주고, 본인 역시 추락하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대상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SNS는 삶의 전부가 아니며, 세상의 일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도구임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 9일, 페이스북이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타임라인에서 사용자가 지정한 특정 친구의 새 소식만 먼저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예를들어 사용자가가 10명의 페이스북 친구나 페이지에 ‘먼저 보기’를 선택해두면 타임라인 상단에는 그들이 올린 게시물이 먼저 노출된다. 각종 광고와 뉴스 사이트들의 게시글이 범람하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NS에 지친 이들이 이런 관리 기능을 널리 활용하길 바란다. 정보량에 치이고, 박탈감을 느낀다면 스스로 정보을 통제해야 한다. 사용자의 권한을 넓혔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의 이런 변화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페이스의 이번 정책은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정보를 직접 통제할 수 없었다는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다.

SNS라는 가상세계가 마음의 병을 만든다면, 사용자는 현실세계와 SNS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새로운 기능처럼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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