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금호그룹 재건이냐, ‘제2의 쌍용차’냐. 금호타이어의 ‘인생 게임’이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12일 오전 11시 본입찰을 마감한다. 금호타이어 주식 42.01%에 해당하는 6,636만8,844주가 매물이다.
이날 공개경쟁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국외 5개 기업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됐던 곳이다. 중국 롱타이어, 더블스타,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그리고 인도 아폴로타이어 등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들 중 인수자가 나온다면 금호타이어가 ‘제2의 쌍용차’가 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도 기술력만 빼앗기고 빈 손으로 내쫓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앞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됐다가 약속했던 투자도 받지 못하고 기술력만 빼앗긴 채 2009년 버려진 바 있다. 당시 쌍용차는 무려 2,5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심각한 노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돼 작년에는 9년만 흑자를 내는 등 근 10년 만에 비로소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실제로 SAIC가 상하이 자동차와 연관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우선 SAIC의 모기업은 항톈과학기술그룹(CASC)으로 상하이 자동차와 같은 중국 국영기업이다. 또 SAIC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은 최근 상하이자동차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박 회장이나 채권단이 아닌 제3자에 매각되는 경우, 같은 조건을 제시하면 바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박 회장도 꾸준히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갈갈이 찢긴 금호그룹 재건에 온 힘을 쏟아왔던 박 회장.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 재건 마지막 퍼즐로 평가 받는다. 신년사뿐 아니라 최근 언론과의 접촉에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흔들림 없이 피력해왔다.
문제는 가격이다. 업계가 예상하는 금호타이어 최고 입찰가는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이다. 주식가격은 금호타이어 주가를 주당 9,000원으로 봤을 때 약 6,000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로 붙는 것이다. 지난 금호산업 인수 당시 빌린 돈 수천억원도 아직 갚지 못한 박 회장이 1조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호산업 인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 공동 지정하고 자금을 지원 받을 수도 없다. 채권단이 입찰에 앞서 이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계열사 자금도 끌어 쓸 수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을 가장 높다고 본다. 박 회장 지분 100%의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방법이다. 박 회장 개인 자격으로 끌어모은 돈이라 채권단 약정에도 제한받지 않는다.
여기에 힘을 보탤 백기사로는 여러 곳이 꼽힌다. 사촌형제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과 사돈인 대상그룹 등 가족이 거론된다. 형제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이미 불참을 선언했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초기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켐차이나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추측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빠르면 13일께 최고 입찰가를 낸 우선협상대상자를 통보 받을 전망이다. 이후 박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채권단과 본격적인 인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