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SK그룹과 KT를 정조준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황창규 회장이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된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인 특검의 칼날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SK, 그룹 오너 사면 대가로 재단 출연 의혹
현재 특검은 2015년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청와대와 SK그룹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다.
실제로 특검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 사이 거래가 오고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따로 만나 ‘성탄절 특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탄절 특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SK는 미르재단 출연을 결정하고 안 전 수석을 다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영태 당시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복역 중이던 최 회장과 만난 접견에서 대화한 녹취록을 확보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해 우리 짐이 많아졌다”며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
접견의 경우 녹음이 되는 특성상 음어로 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왕 회장(대통령)’ ‘귀국(사면)’ ‘짐(써야 할 돈)’ ‘숙제(미르재단 출연)’ 등 각 단어별로 내포하는 뜻이 다를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특검은 최 회장 사면에 SK와 박 대통령간 대가성 여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사면 후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발표한 46조원 투자 방안도 이에 대한 연장 선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 회장이 정부의 압력으로 46조원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는 것.
특검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출연금도 사면에 대한 대가인지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 측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 사면 당시 시기상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거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SK 측은 “최 회장 사면은 심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일”이라며 “녹취록에서 나온 말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대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 연임 표명한 황창규 회장, 청탁 리스크에 휘청이나
황창규 KT 회장은 때 아닌 청탁설에 휘말려,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연임을 표명해 CEO추천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황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특검팀 등 사정당국에 의하면 KT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청와대 경제 수석실에서 황 회장과 독대가 예정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특히 전경련은 KT에 “건의사항 있으면 제출하라”는 요청도 전했다고 알려졌다.
KT는 황 회장이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30~4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전경련과 경제 수석실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황 회장의 경우 대통령과 만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KT가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한 지 약 5개월 만인 지난해 7월, 공정위는 유료방송 독과점을 이유로 합병을 불허했다. 특검은 황 회장과 박 대통령이 관련 문제로 의견을 나눈 정황을 확보하고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방침이다.
앞서 황 회장은 차은택 전 광고감독의 KT 인사 압력 등 최순실 리스크로 홍역을 앓은바 있다. 특검 수사 초기만 해도 사정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던 황 회장은 이번 리스크를 통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연임을 앞둔 상황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KT는 “전경련으로부터 건의사항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논리의 보고서를 작성해 전경련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전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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