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한스경제 양지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지난 4일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12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62만 8,388명을 기록, 역대 애니메이션 100만 돌파 속도 톱5에 드는 쾌거다.

‘너의 이름은.’은 꿈 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만든 기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사실 몸이 서로 뒤바뀐다는 설정, 타임슬립 소재는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졌다.

다소 진부한 소재에도 이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이유는 오로지 꿈을 통해서만 몸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 청춘 로맨스의 표본인 미성년자 주인공의 순수함, 코믹한 전반부와 묵직한 후반부가 정확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꿈을 꿔야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지닌 작품은 ‘너의 이름은.’이 처음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의 유명한 와카(정형시) ‘그리며 잠들어 그이 모습 보였을까, 꿈이라 알았으면 눈뜨지 않았을 것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꿈과 함께 황혼, 기적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황홀경을 선사하는데 감독 특유의 감수성이 빛나는 대목이다.

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가 미성년자라는 점 역시 순수함을 더한다. 아직 어른이 아닌 두 사람은 ‘미완성’된 상태. 이들의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은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마냥 어린 듯한 두 사람이 혜성 폭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치이고 부딪힐 때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배가 된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나뉜 구도 역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전반부에서 ‘너의 이름은.’은 가벼운 청춘 로맨틱 코미디의 색을 띤다. 남녀의 육체가 뒤바뀐 상황에서 펼쳐진 낯선 경험과 도쿄와 시골의 대비, 같은 아르바이트생을 짝사랑하는 타키와 그런 타키를 도와주는 미츠하의 모습이 그렇다.

후반부는 전반부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타키와 미츠하가 다른 시간대를 살았다는 게 드러나면서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 속 혜성 폭발 사건은 일본 최악의 재난인 동일본대지진을 연상케 한다. 더 나아가 ‘세월호’ 희생자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에 영화 속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관객은 영화에서 뜨겁게 활약하는 두 남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판타지 로맨스에 그칠 것 같은 이 애니메이션의 후반부는 꽤나 묵직한 메시지를 준다.

또한 꿈에서 깬 뒤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애달파하는 타키와 미츠하의 모습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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