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던 스피스와 송영한(오른쪽)/사진=송영한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송영한(26)은 지난해 2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겸 아시안 투어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4ㆍ미국)와 우승을 놓고 다퉜다. 송영한은 4라운드 16번홀에서 3.5m 거리 파 퍼트를 남기고 홀아웃했다. 기상악화로 지연됐다가 다음날 속개된 최종 라운드에서 송영한과 경쟁하던 스피스는 18번홀 버디를 기록, 1타 차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리드 하던 송영한은 역전패가 가능한 상황에서 남은 3개홀을 모두 파를 처리, 데뷔 4년 만에 정상에 섰다.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하루 1~2시간 샷연습을 하고 있다”는 송영한은 태국에서 적응 훈련을 거친 뒤 싱가포르로 가 19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열리는 SMBC 싱가포르오픈에 나선다.

 

-스피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 느낌은. 양용은(45ㆍKB금융)이 타이거 우즈(42ㆍ미국)를 제압했을 때와 비슷했을 것 같다.

“그땐 경황이 없었다. ‘스피스 꺾었다’는 그런 느낌은 없었다. 보도를 접하면서 ‘큰 일인가’하며 놀랐고 어안이 벙벙했다. 스피스가 ‘잘했다.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더라.(웃음)“

-한국(2013년)과 일본(2015년)에서 신인왕에 올랐다. 다만 준우승을 여러 차례 했다.

“멘탈 문제가 샷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과감하게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 아쉽다.”

-당초 기대치는.

“시즌 전에는 우승이 목표였다. 그런데 시즌 개막전에서 그걸 이뤄 남은 시즌이 조금 아쉽게 흘러갔다. 지난 시즌은 85~90점(100점 만점) 정도 줄 수 있다.”

-지난해 JGTO 상금랭킹에서 4위를 기록, 선배 김경태(3위)와 경쟁했다. 김경태(31ㆍ신한금융)로부터 배우고 싶은 부분은.

“(김)경태형과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웃음) 닮아가고 싶은 선수다. 영리하게 플레이 하신다. 멘탈, 아이언 샷, 쇼트 게임 등 강점이 확실한 선배다. 퍼팅이 잘 되는 날에는 항상 선두권이더라. 그런 점이 부럽다. 다른 약점을 보완해 줄 만큼 강점이 크다. 꾸준히 노력하시는 점 등 여러 면을 본받고 싶다. 롤 모델이나 다름없다.”

▲ 조던 스피스와 송영한(오른쪽)/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경기 운영을 차분하게 하는 편이다.

“안정적이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해 경기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장점이다. 돌려 말하면 그게 약점이다. 적극적이어야 할 때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할 때 공격적이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어린 왕자’란 별명처럼 곱상한 외모를 지녔다.

“아버지는 군인이셨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해왔고, 주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이 자리에 있는 건 그런 것들 때문인 것 같다.”

-통화에서도 긍정적인 성격이 느껴진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승부욕은 강하지만, 이상하게 독기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시즌을 치르면서 독기가 생기곤 하는데 독기가 더 많아지면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계획은.

“정말 좋은 투어이기에 가고 싶은 생각도 많다. 다만 군문제가 남아 있어 당장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열심히 해서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도록 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PGA 선수들이 뛰어난 점은.

“아무래도 비거리가 좋더라. 쇼트 게임 능력도 정말 좋다. 샷 컨트롤, 경기 운영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수준이 높더라.”

-존경하는 PGA 선수 한 명 있을 법하다.

“우즈다. 어릴 때부터 계속 봐왔던 선수다. 골프가 원래 지루한 스포츠라 생각했는데 우즈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골프는 우즈와 동의어다.”

▲ 송영한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송영한 제공.

-PGA 선수들과 비교해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은.

“경쟁력은 충분한 것 같다. PGA ‘톱10’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지만, (배)상문(31ㆍ캘러웨이)이형, (김)시우(22ㆍCJ대한통운) 등 다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 선수들이 몇 가지 점들을 보완하고 적응한다면 PGA에서 통할 것이라 본다.”

-향후 PGA 진출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비거리다. 평균 275야드 나오는데 약 20야드 더 늘리고 싶다. 그러면 경기력이 달라질 것 같다.”

-올 해 목표는.

“다승이다. 세계랭킹 50위 진입(현 78위)도 목표다. 물론 배워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싱가포르 오픈에서의 각오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처음 나가는 대회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해오던 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웃음)”

-골퍼로서 어떤 성과를 이루면 가장 행복할 것 같나.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PGA 우승을 한다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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