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이르면 16일 결정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삼성의 경영 시계가 느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으로 경영권 승계 필수 과정인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시기가 미궁 속으로 빠지는 형국이다. '재벌'과 '경제'가 충돌하면서 부회장의 구속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뇌물죄 적용을 고민하고 있는 특검과 삼성이라는 한국 대표기업이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단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는 까닭이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16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특혜·대가성 자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16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의 신병처리도 함께 결정될 예정이다.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 측의 강한 압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며 피해자 임을 삼성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생기면서 삼성이 올해 초부터 진행하려 결정했던 주요 사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주요 임원들의 인사는 멈춰섰고 올해 주요 계획들도 안갯 속이다. 특히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이 이번 사태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이 산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은 업계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언급해왔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정확하게 공식화 한 적은 없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자격으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라고 제안했다.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0.62%를 매입한 뒤 주주 제안을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27일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후 11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 엘리엇의 제안에 답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직접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주회사 체제를 포함해 가능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총수 일가를 포함해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8.12%다. 삼성전자는 의결권 없는 자사주 12.8%를 보유하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투자부문)와 사업회사(사업부문) 인적분할 과정에서 12.8%의 자사주를 확보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배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배가 가능해져 현재보다 지배력이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 가능성이 생기면서 지주회사 전환 방안 시기는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외부 전문가들과의 검토가 끝나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승인할 수 있는 기업의 오너가 자리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가 구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당분간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주주·여론의 신뢰도 제고를 통한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 입증, 정당성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올해 사업재편, 투자 등 경영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극도의 긴장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범죄 사안이 애매해 유무죄를 다툴 경우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며 "대기업 총수의 구속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신성장동력이 될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사업재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을 지휘하는 오너 부재가 오게 되면 삼성의 경영 활동은 사실상 멈춰서게 된다.

삼성의 오너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오너리스크는 바로 주가에 반영되고 멈춰 선 경영 시계는 투자와 고용에 걸림돌이다. 올해 역시 경제성장률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일벌필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재계의 우려도 나온다. 최순실 블랙홀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각 그룹의 오너까지 법적 공방에 휘말리게 된다면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사라지고 대신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한숨만 늘어질 것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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