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최근 SUV는 흙길 대신 아스팔트를 밟으면서 강인함을 잃었다. 프레임 대신 모노코크 보디를 채택한 SUV들은 웬만한 언덕을 오르는 데도 숨이 가쁘다. 오프로드를 못 달리는 SUV가 있을 정도. SUV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올해는 강한 SUV가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강력한 뼈대에 커다란 몸통을 갖춘 SUV들이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나약한 SUV에 질렸던 사람들에게 2017년은 차를 구매하기 딱 좋은 때다.

▲ 최근 자동차들은 대부분 모노코크 보디로 개발해 엔진 등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스포츠경제 DB

◆왜 SUV는 나약해졌나

SUV는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port Utility Vehicle)이라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리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차체가 높고 바퀴가 큰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프레임 보디는 정통 SUV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프레임 보디란 차체에 강철프레임으로 뼈대를 만들어 살을 덧대는 방식을 말한다. 충격에 강하고 뒤틀림도 적어서 오프로드 차량에 적합하다. 엔진 등이 직접 차체에 닿지 않기 때문에 진동도 적게 전달된다. 마찬가지로 외부 충격도 곧 잘 흡수한다. 소음을 줄이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지난 파리모터쇼에 전시된 쌍용자동차의 Y400 콘셉트카. 쌍용자동차 제공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강철로 만들어지는 만큼 차체가 무거워서 연비가 심하게 떨어진다.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붕 떠 있기 때문에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빠르고 강력한 주행 성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SUV에 모노코크를 적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모노코크는 차체를 통째로 만들어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대체로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체도 가볍다. 높은 연비와 날렵한 주행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알루미늄 등 더 단단한 소재가 사용되고 발달한 접합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면서, 모노코크 보디로도 상당 수준의 SUV를 만들 수 있다. 특히 SUV가 도심에서 많이 이용되면서 모노코크 SUV는 더욱 일반화됐다.

실제로 벤츠와 BMW에서 만드는 SUV는 전부 모노코크 방식이다.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싼타페 역시 모노코크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마저도 5세대에 들어서는 프레임보디를 버리고 모노코크로 돌아섰을 정도다.

◆ 2017년, 정통 SUV 귀환에 주목

그런데 올해에는 정통 SUV를 많이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형 SUV들의 잇따른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프레임보디 모델들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모델은 역시 쌍용차 Y400이다. 쌍용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대형 SUV다. 쌍용차의 플래그십으로 해외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렉스턴보다도 더 큰 전장 4,850mm, 전폭 1,960mm, 휠베이스 2,865mm를 갖고 있다. 여기에 벤츠 기술력이 적용된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2.9kgㆍm에 달하는 2.2 디젤엔진과 7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그리고 쌍용차의 모든 기술력이 총집된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다양한 옵션도 실릴 예정이다.

▲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대표적인 대형 SUV다. 국내에는 올해 상반기 중 출시가 예정돼있다. 캐딜락 제공

수입차 중에서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프레임 보디 SUV의 자존심을 지키러 돌아온다. 앞서 캐딜락은 올 상반기 에스컬레이드를 국내에 다시 출시한다고 밝혔다. 길이가 5.5m 전후에 폭은 2,044mm, 그리고 높이는 1,890mm에 육박하는 대형 SUV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기아차의 모하비도 단종을 면하고 상품성을 개선해 다시 돌아올 전망이다. 작년 업계에는 기아차가 대형 SUV 모하비를 단종하고 모노코크 보디를 사용한 초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로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유지를 결정했다. 작년 판매량이 무려 1만5,059대나 된다. 올해 대형 SUV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정통 SUV 브랜드 지프도 프레임보디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하반기 지프는 국내에도 신형 2세대 컴패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준중형의 작은 SUV이지만 전장을 달리는 지프의 새로운 모델인 만큼 성능만큼은 기대해볼만 하다. 최근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는 컴패스 트레일 호크 모델이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