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재계에 한파가 몰아쳤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에 재계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결과를 지켜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검도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한 판단을 내려 두차례 구속을 미루는 모양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이번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다른 총수들도 같은 상황에 마추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한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검은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았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함께 확정될 예정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 자체는 물론 결정이 이뤄진 뒤에도 수사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 여러 상황을 숙고하고 있다.

▲ 특검은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았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함께 확정될 예정이다./연합뉴스

재계 등은 사안이 중대하지만 삼성의 경제 비중 등을 거론하며 특검 수사에 이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한국경제의 중심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던 삼성이 중심을 잃으면 가뜩이나 힘든 경제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삼성은 해외에서 한국의 대표 초일류기업으로 이미지를 쌓아왔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이미지는 실추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교수는 “대외적으로 한국 일류 기업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다고 한다면 국내 기업에 제재를 가하려고 해왔던 국가에게 좋은 구실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은 반부패 방지 등 법이 외국기업에도 적용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적으로 이미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에 대한 뇌물 적용이 현실화 된다면 미국 등에서 실행 중인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FCPA란 기본적으로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해당 기업이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주더라도 미국 내 사업이 제한되고 거액의 벌금 또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삼성의 이번 일은 이후 다른 기업들한테도 공포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로 우리나라 수출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 총수들 빈자리가 생기면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SK와 롯데, CJ 등 국내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삼성 다음 타깃으로 자신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검이 SK, 롯데 외에도 추가 수사 대상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모두 이번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업 총수들이 구속되지 않는다고 해도 특검 수사로 인해 이미 올해 사업전략과 운영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대그룹 총수 가운데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국금지로 인해 이미 발목이 묶인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이미 마윈 알리바바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들은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국내 재계 사이에 인맥도 두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적인 인연을 가진 재계 인사는 없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인들만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명호 KT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자가 보호무역을 강조하면서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제조업 미국 회귀 정책으로 미국 내 생산과 투자 확대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인 우선 고용 정책으로 국내 기업과 우수 인력의 미국 진출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삼성과 LG 등은 미국내 가전 공장 설립을 두고 고민 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다방면으로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들이 사업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기업인들만 미국에서의 사업 입지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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