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30대의 현빈은 20대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과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등 다양한 히트작을 찍으며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로 불렸다. 2012년 12월 해병대에서 전역한 후 필모그래피에 변화를 줬다. 복귀작인 ‘역린’(2014)으로 남성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며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와 상반된 연기를 펼쳤다. 18일 개봉하는 ‘공조’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미를 폴폴 풍기며 고강도의 액션을 펼쳤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공조’는 어떤 영화인가.

“여태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오락영화다. 오락영화로는 손색없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제일 궁금하다. 긴장되고 떨린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업적인 면을 기대했나.

“기대보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었다. 림철령은 그동안 맡은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공조’같은 경우는 어떤 묵직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다루기는 했지만, 크게 부각되는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상업영화라고 한 거고.”

-액션 신이 고됐을 텐데.

“정말 많이 힘들었다. 몇 날 며칠 동안 여러 번 촬영했다.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다. 찍고 나서 모니터를 해 보면 액션은 고생한 만큼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스스로도 뿌듯했다. 볼거리가 있으니까.”

-카체이싱, 총격, 맨몸격투 등 다양했다.

“카체이싱 신 같은 경우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해야 하니 위험했다. 실제 총 안에 공포탄이 들어가 있어서 다칠 위험이 없진 않았다. 또 상대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팔꿈치, 무릎, 발이 얼굴이나 급소로 향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사람 간 거리만 잘못 판단해도 큰 부상을 부를 수 있다. 늘 긴장하면서 촬영했다.”

-대역을 쓰지 않고 액션을 소화했다던데.

“90%는 내가 다 했다. 진짜 위험한 장면만 대역이 소화했다. 내가 직접 소화 가능한 것들만 하려 했다. 현장에서 몇 번이나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괜히 내가 잘못 판단해 욕심을 내다 영화를 망칠 수 있지 않나. 림철령이 행동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니 사소한 것들,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했다.”

-북한 사투리가 어렵지 않았나.

“실제 북한 선생님에게 사투리를 배웠다. 거의 모든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사투리를 담당하시는 분이다. 선생님을 만나 어떤 말투를 써야 할지 고민하다 평양말을 쓰기로 결정했다.”

-여배우의 비중이 적은 작품인데 아쉽지 않나.

“훨씬 편하고 좋다. 어려운 부분도 특별히 없었다. 선배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후배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어 든든했다. 현장에서 편하기도 했고.”

-유해진과 호흡은 어땠나.

“워낙 매력이 넘치는 선배라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지식도 풍부하고 배울 게 많다. 센스가 넘치는 분이다. 자동차 안에서 밀착하는 장면은 촬영장에서도 큰 웃음을 줬다. 리허설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 타이밍도 맞춰봤다. 유해진 선배가 연기를 하면서 애드리브를 하는 편이지만, 상대 배우에게 방해가 될 만한 건 하지 않는다. 애드리브도 철저하게 계산해서 하는 것 같다.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늘 도움을 줬다.”

-김주혁과 액션 대결이 흥미진진했다. 부상은 없었나.

“차기성(김주혁)과 림철령이 싸우는 신에서는 내가 맞는 쪽이었다. 감정이 격해진 차기성이 발로 차는 장면이었는데, 실제로도 (김)주혁 선배에게 맞으면서 촬영했다. 실제로 발로 타격을 해야 더 리얼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말을 주혁 선배가 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먼저 실제로 타격을 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잦은 부상은 계속 있었다. 병원 가서 체크 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뼈끼리 부딪혀서 부어 오른 걸 빼면 큰 부상은 없었다.”

-학창시절에 곱게 자란 것에 비해 ‘공조’는 너무 격한 영화 아닌가.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평소에도 운동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장면들이 상황마다 다른 것 같다. 현재 내 상황에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한 것 같아 후회 없다. 다들 나를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고 하는데 사실상 필모그래피를 보면 로코는 두 편에 불과하다.”

-영화에서 수염도 기르고 덥수룩한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일 안 할 때 그렇게 하고 있다(웃음). 수염도 기르고, 외모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림철령 캐릭터는 외적인 면을 봤을 때 ‘단단하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역린’ 때보다 근육을 늘렸다. 각 잡힌 근육을 만들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지방이 빠졌다. 살을 일부러 뺀 건 아닌데 70kg 초반 대까지 빠졌다. ‘역린’ 때보다 몸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20대 때와 30대 때 작품의 성향이 많이 다르다.

“20대 때 작품을 곰곰이 보니 뭔가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선호했다. 늘 여운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영화 ‘만추’가 그랬다. 30대 때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액션물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관객이 두 시간 동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에 끌린 것 같다. 사실 나는 굉장히 빠듯하게 살고 있는데, 그 안에서도 여유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잠시나마 관객에게 여유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통해서.”

-대중이 원하는 모습과 다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늘 고민의 연속이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하느냐, 대중이 원하는 것만 하느냐에 대해 늘 생각한다. 두 가지를 섞어서도 해 봤는데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웃음). 요즘에 든 생각은 내가 굳이 뭔가를 해서 맞춰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서 대중에게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보고, 안 보고는 관객과 시청자의 몫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사적과 공적인 영역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 나누는 편이었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고 싶다. 사실 2016년은 변화와 도전의 시간이었고, 참 정신 없게 보낸 것 같다. ‘공조’ 홍보가 끝난 뒤에는 ‘꾼’ 촬영이 남아 있다. 2017년도 정신 없이 보낼 것 같다.”

-여전히 완벽주의자인가.

“아마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이런 성격이 힘들다.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잡는 편이라 가끔은 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나를 잡아주는 게 바로 책임감이다. 촬영장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나, 내가 하는 작품에 투자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책임을 지고 있다. 다들 노력하고 있는데 보이는 직업을 가진 내가 책임을 안 진다면 큰 잘못이다. 성실히 임해야 카메라를 벗어났을 때 더 당당해진다.”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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