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직도 디젤 엔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디젤 자동차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작년 11월 디젤차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 포럼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끊임 없이 제기되는 디젤 기관 묵시록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다소 허무맹랑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이런 주장이 최근 정세 변화로 현실화하는 중이다. 바로 국제 유가 인상이다.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국제 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은 올 들어 1,600원을 웃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젤 엔진은 적은 연료로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내연기관이다. 평균 열효율이 43%정도로 가솔린(38%)보다 20% 가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가솔린 기관보다 월등히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예컨대 쉐보레 트랙스는 디젤 모델 연비가 14.7km/ℓ이지만 가솔린 모델은 12.2km/ℓ에 불과하다. 배기량도 디젤이 1,598cc로 가솔린 (1,362cc)보다 큰 만큼 실제 차이는 더 크다.

게다가 힘이 강한 덕분에 대세 차량인 SUV에서 주로 쓰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SUV 열풍은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런데 SUV 중 디젤이 아닌 모델은 거의 없다.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X 정도이고, 기아차 니로나 렉서스 NX300h 정도가 몇 없는 시장에서 통하는 가솔린ㆍ하이브리드 SUV다. 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도 최근 들어 거의 극복이 됐다.

이처럼 디젤 기관이 연비도 좋고 힘도 좋은 이유는 작동 방식 차이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서 생긴 열로 연료를 점화한다. 따라서 가솔린 엔진보다 온도가 훨씬 높다. 연료만으로 비교해도 경유가 휘발유보다 에너지가 많다.

이에 따라 디젤 기관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디젤기술포럼은 올 들어 차세대 디젤 기술을 탑재한 모델이 나오면서 디젤차 인기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열효율이 50%를 넘는 디젤 엔진 개발에 한창이다. 스웨덴에서는 60% 초과 달성이 목표일 정도다.

▲ 르노삼성 QM3는 스페인에서 생산한 르노 캡처를 수입한 모델이다. 프랑스에서 연비 조작 논란이된 모델과는 다르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전문가들이 디젤 기관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이런 연구 성과 때문이다. 디젤 엔진 발전 방향은 열효율을 높혀 완전 연소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기술이 발달할 수록 배출가스도 줄어든다. 시장 논리로도 친환경 지향점을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친환경차 못지 않은 디젤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단언한다.

소비자들의 디젤 차량 선호 성향도 여전하다. ‘디젤게이트’로 내홍을 겪었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3.8%, 2.8% 성장세로 돌아섰다. 조작으로 인한 도덕성 논란은 있지만, 차량 성능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여전히 다양한 디젤차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내수만 보면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 Y400은 당연히 디젤 엔진을 들고 나온다. 포드도 대표적인 디젤 SUV ‘뉴 쿠가’를 국내에 들여온다. 최근 출시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SE도 디젤. 제네시스도 올해 G80 디젤 트림을 출시한다.

세계 최초로 디젤 엔진을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도 여전히 디젤 엔진을 믿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디젤 기관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소비자의 니즈, 규제, 환경 영향에 따라 다양한 내연기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디젤 엔진은 여전히 유효하고 효율적인 기관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를 발전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걸림돌은 있다. 다시 드리우는 디젤게이트의 전운이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엔진성능 조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배출가스 조작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램 픽업트럭 등 2개 차종, 10만4,000여대다. 프랑스에서는 르노가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FCA, 포드, 볼보, 닛산 등에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일단 관계사들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세르조 마르치오네 FCA CEO는 한 외신에 “우리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아직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환경보호청이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르노의 자회사인 르노삼성 관계자도 “르노의 배출가스 조작 논란은 아직 의혹에 불과하다”며 “르노그룹은 전세계 시장에서 위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 들어온 차는 논란이 된 모델과도 다르다. 따라서 국내에서 디젤게이트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FCA가 국내에 들여오는 모델은 유럽 기준에 맞춘 것으로 미국 출시 차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르노삼성 모델 역시 대부분 국내 생산 중이다. QM3 역시 프랑스가 아닌 스페인 생산 차량으로 조작 의혹에서도 자유롭다.

아울러 친환경차의 도전도 디젤의 부활에는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다. 아직 하이브리드 차량 점유율은 전 세계 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쉐보레가 총 주행거리 383km에 달하는 볼트 EV를 시장에 내놓으면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싼 휘발유의 대안으로 경유와 전기가 맞 붙는 셈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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