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신문선 교수/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그 동안 K리그를 지배해온 인식을 넘기에는 아직 버티고 있는 벽이 너무 높았다. 기업가가 아닌 경기인 출신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단독 입후보한 신문선(59) 명지대 기록전문대학원 교수가 대의원 찬반 투표에서 신임을 얻지 못했다.

신 교수는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차기 프로연맹 총재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전체 대의원 23명 가운데 찬성 5표를 얻었다. 기권 없이 반대는 17표가 나왔고 무효는 1표였다.

그러나 신 교수는 낙선한 뒤 "단독 후보로 출마해서 신임 여부를 묻는 선거였지만 등록도 하지 않은 후보와 싸우는 희한한 게임을 했다"며 "선거 과정에는 불법 선거 운동이 있었다. 앞으로 연맹이 잘못하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걸로 저는 생각한다“고 주장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신 교수는 이어 "권오갑 (현) 총재가 4년간 150억원을 내겠다고 대의원을 찾아 다니며 입후보한 후보를 떨어뜨리려 했다"면서 "4년간 1년에 30억원씩인 것 같은데 그걸 부풀려서 얘기하는 거는 정당하지 않다. 그 책임을 지키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권오갑 총재가)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에게 가서 등록 후보가 15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며 이런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느냐는 데는 “대의원들이 다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시 출마할 뜻에 대해선 “고심해 보겠다”면서도 "평생 축구를 했고 스포츠의 결과에는 늘 승복해왔다. 패배를 승복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는 결코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교수가 권 총재를 언급하는 배경에는 ‘(현 총재는) 후임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로서는 출마하지 않은 권 총재와 결선 투표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됐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가 쥐고 있는 2표와 부산 아이파크ㆍ울산 현대ㆍ전북 현대 등 이른바 현대가의 5표를 비롯해 기업 구단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진영 논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현대가와 협회 표를 빼고 몇 표가 남나. 23표 중에 5표가 아니다. 그래서 찬성 5표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본질은 기업가가 아닌 경기인 출신이 약 40억원에 달하는 타이틀 스폰서를 확보해올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신 교수는 앞선 정견 발표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벼 돈 벌어올 수 있다면 찾아갈 것”이라며 “스폰서 확대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K리그가 3~40억 아닌 300~4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조직도 갖췄다”고 했으나 현장의 한 축구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말뿐이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신 교수를 지지한다는 한 관계자 역시 ”다른 협회나 연맹처럼 경기인 출신이 이제는 맡아야 할 때“라면서도 ”정견 발표 때 언제까지 얼마를 벌어오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못 박는 편이 더 좋았을 뻔 했다“고 아쉬워했다.

투표에 직접 참여한 대의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익명의 한 대의원은 신 교수가 왜 안 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미안하다. 워낙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극구 양해를 구했다.

선거를 관장한 임재동 선거관리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선거를 해야겠지만 즉시 후보자가 나올지는 의문”이라며 “(현 총재의) 유임은 아니고 후임 총재가 임명될 때까지다. 무작정 놔둘 수는 없어 몇 달 안에 해야 한다. 너무 길어도 안 되지만 너무 짧아도 문제”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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