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뇌물죄 적용은 합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것 역시 신중히 검토한 뒤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법원은 오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오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 측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볼 것인가에 대해 특검과 삼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다.

앞서 지난 16일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와 법과 원칙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원칙을 우선시했다는 것.

결정에 따라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위반,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의 결정에 삼성은 즉시 반박했다.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고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이 지원한 돈들을 뇌물죄로 판단하기에는 무리수인 부분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시점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성사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교수는 “뇌물죄는 뇌물을 주고 대가를 따르는 것인데 삼성은 경우는 삼성물산 합병이 끝난 이후에 지원했다”며 “또한 뇌물은 받은 사람이 더 큰 문제인데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수사도 하지 않고 뇌물을 준 사람만 수사를 하고 구속을 한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물산의 합병이 의결된 것은 2015년 7월 17일 주주총회였고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최초 독대는 의결 후 8일이 지난 7월 25일이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전에 합병은 의결됐는데 박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전달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과 외국계 투기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격돌하고 있었던 당시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증권가와 재계가 분석하고 있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뇌물죄 적용은 합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한국스포츠경제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국민연금공단 역시 삼성의 청탁이나 뇌물 때문이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국익을 위해 양사의 합병에 찬성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특검이 뇌물죄와 관련해 주요 당사자인 대통령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검이 제3자 뇌물죄와 일반 뇌물죄를 사안별로 나눠서 적용했는데 이 역시 법리적으로 일정 부분 상충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횡령죄도 논리와 증거가 부족하다. 최 교수는 “개인의 이익에 따라 사용하지 않고 회사의 경영에 따라서 지원을 해준 것을 횡령으로 보기 어렵다”며 “또한 기업차원에서 지원을 했다고 해도 총수가 사후에 보고를 받지 모든 부분을 알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서 사회공헌으로 매년 나가는 돈은 대략 6,000억 이상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2015년 사회공헌 비용이 5,200억이 넘는다. 사회공헌, 문화재단 지원 등은 전문 경영인을 통해서 진행된다. 지원 내용을 기업의 총수가 전부 보고를 받는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검 측에서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정확한 증거도 없이 법원에 결정을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압수수색을 3번이나 하고 특검 조사를 22시간 넘게 성실하게 한 점을 고려한다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은 없다. 출국금지가 됐기 때문에 도주우려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영계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며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며 사법부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엄정한 수사를 해아하지만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특검과 삼성, 경영계의 주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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