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위에서 방향성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합성

[한스경제 송남석]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로 요약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출현은 초불확실성 시대, 세계 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사실상 세계 경제는 통상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각국이 잇따라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무역 의존도 85%의 한국 경제는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트럼프 노믹스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를 미국 울타리 안으로 끌어가는 ‘강압’에 성공했다. 대선 승리가 확정된 이후 최근까지 미국이란 거대한 물리력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간 글로벌 투자 규모만 해도 726억달러, 86조원에 육박한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자동차, 월마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가 투자계획을 놓고 트럼프 노믹스 안으로 휩쓸려갔다. 상대적으로 전 세계 자금과 일자리는 그만큼 미국에 빼앗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부, 미국민의 일자리를 찾겠다”는 트럼프의 선언 자체가 세계경제 질서에 파괴적 위협요인인 이유다. 이미 각국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극편향된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를 끌어내지 않는 한, 자국이익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엔 엄청난 악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충돌은 한국 경제에 재앙적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미․중간 G2통상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 무역 전쟁을 촉발시켜 상호 무역보복의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경우 한국산 중간재가 중국을 거쳐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미국이) 네트워크 내 한 국가(중국)를 상대로 무역장벽을 올릴 경우 이 지역 전체로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가 한국을 모르 듯, 우리 앞에 다가온 트럼프 시대의 미국 역시 전혀 생소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 미국에 있어 그동안 한국은 끈끈하게 다져온 ‘혈맹’이나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동지적 의미였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경제부문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나마 미국이 상대할 아시아 국가로 한국은 아예 1, 2 순위에 조차 들어있지도 않은 것 같다. 현재 한-미간 고위 공식 대화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는 이미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후임 대사 부임은 감감 무소식이다. 최소한 향후 몇 개월간 한-미간에는 이런 대사 공백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차기 주중대사와 주일대사를 지난해 말과 연초에 지명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분명 소외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갈수록 반한 감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순위에 올려놓고 계산기만 두드리며 시시각각 우리를 압박해오고 있다. 그 사이 일본은 호시탐탐 균열과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걷고 있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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