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그룹 블락비에서 박경은 예능감이 넘치는 ‘끼돌이’이자 래퍼였다. 그런 그가 박보람과 함께한 달콤한 멜로디의 ‘보통연애’를 발매했을 때의 충격은 상당했다. 여러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솔로로 데뷔하는 가운데 박경의 입지는 확실하다. 누구라도 사랑의 한 순간을 트렌디한 멜로디 속에 녹이는 박경의 솜씨를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첫 번째 솔로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기분이 좋다 이 앨범을 통해 사람들이 내 음악을 많이 들어 줬으면 좋겠다.”

-곡을 쓸 때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

“항상 멜로디를 먼저 쓴다. 이번 신곡 ‘너 앞에서 나는’의 경우에도 멜로디가 먼저 나왔고 이후에 가사를 붙였다.”

-그간 박보람, 은하 등 여성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피처링이 브라더수다.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하. 여성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노래를 좋게 들어주셨던 것 같은데 남자랑 하니까 ‘너무 (노래에) 남자만 나오나’ 싶은 생각도 들고. 곡 자체는 훌륭하지만 신곡 가운데 한 곡 정도는 여자랑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고 있다.”

-다음 번에 피처링을 부탁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사실 피처링을 생각하면서 곡을 쓰진 않는다. 다만 내 메모장에 있는 리스트에는 유성은이 들어 있다. 또 요즘 에이프릴이란 걸그룹이 좋더라. 그래서 프로젝트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에이프릴의 어떤 점이 좋았나.

“원래 내가 걸그룹들을 보고 진심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음악 방송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에이프릴 무대를 보면서 내가 웃고 있는 거다. 너무 광팬은 아니지만 뒤에서 관심을 가지고 챙겨 보고 있는 정도다.”

-‘보통연애’나 ‘자격지심’의 성적이 워낙 좋았다. 차트 순위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당연히 앨범을 발매할 때는 순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내가 아쉽다고 느끼는 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차트에 있는 음악을 주로 듣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진입 성적이 별로 안 좋으면 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된다.”

-‘연애 3부작’이 마무리됐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연애 5부작’이다. ‘보통연애’, ‘자격지심’, ‘잔상’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그 사이에 ‘오글오글’과 ‘너 앞에서 나는’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맥락이 비슷한 것 같아서 5부작이라고 말을 안 한 것이지 실은 연애의 시작부터 이별까지 다섯 단계를 그렸다.”

-처음부터 그런 큰 그림을 그렸던 건가.

“‘보통연애’를 만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었다. ‘자격지심’ 때부터는 어느 정도 머리에 있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했다.”

-좋은 결말도 있을텐데 왜 ‘연애 5부작’의 결말이 이별인가.

“좋은 방향은 너무 뻔하지 않나. 또 앨범에 수록된 나머지 곡들이 다 좋은 얘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한 곡 정도는 ‘잔상’ 같은 느낌의 곡을 수록하고 싶었다. 또 ‘잔상’이라는 주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하게 됐다.”

-블락비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지코는 처음으로 내게 ‘경아, 너 음악 되게 잘한다’고 말해 줬다. ‘보통연애’나 ‘자격지심’, ‘오글오글’ 때는 지코가 그냥 ‘네 색이 잘 묻어났네’라고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 두 곡에 대해서는 음악을 잘한다고 해 주더라. 재효 형은 ‘가평 레스토랑에서 나오면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라는 말을 했다. 피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에 빠져 죽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줬다. 태일이 형은 곡이 좋다고 했는데, 그게 안 좋은 거다 사실. 태일이 형이 좋다고 하는 노래는 늘 잘 안 됐다. 하하.”

-노래의 주제나 내용은 경험에서 비롯된 건가.

“간접경험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영화나 책보다는 실제 주위 사람들에게 듣는 내용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주위 남자 형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듣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아무래도 필터링 된 이야기인데 소주 먹으면서 사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필터링 없이 자기 생각을 그대로 들을 수 있으니까.”

-실제 연애할 땐 어떤 스타일인가.

“사랑해 본 지 오래돼서 앞으로 지켜 봐야 알 것 같다.”

-연애 노래를 계속 쓰는 이유가 있나.

“내 감성과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쓰는 멜로디들과 잘 맞는다. 옛날에 랩을 할 때는 나 스스로 세다고 생각 안 해도 그렇게 믿고 해야 했다. 힙합은 ‘나는 세고 잘하고 멋있어’라고 얘기를 해야 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그런 가사를 뱉는 게 나 자신과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애 노래 같은 경우에는 만들면서도 재미있다. 감성적인 멜로디에 대한 아이디어가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장르를 불문하고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들었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게 나의 음악적인 모토다. 취향이 아닐 수는 있지만 ‘이 노래 별로다’는 말은 안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경’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 친구 노래 좋지’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은 그렇게 될 수 있는 발판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연애 5부작’을 끝냈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연작 시리즈를 기대해도 될까.

“아마 계속 사랑을 주제로 곡을 쓰지 않을까.”

사진=세븐시즌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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