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남석]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이자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포스코의 3년을 이끌 수장으로 권오준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포스코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CEO(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날 권 회장 연임을 결정했다. 권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포스코로서는 홍역 끝에 3년 임기의 2기 권오준 체제를 맞게 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란 엄청난 광풍에 휘말려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결국 극복해냈다. 권 회장의 이번 연임 결정의 핵심에는 무엇보다 탄탄한 실적이 있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괴력’을 드러냈다. 4년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복귀했다.

그 배경에는 권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진두지휘한 강력한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란 경영 전략이 있었다. 창사 이래 첫 적자라는 2015년의 ‘치욕’도 말끔하게 씻어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웠던 철강 시황이나 각종 의혹과 내부 동요 등을 뚫고 일궈낸 성과다.

권 회장의 연임 결정 과정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막판 급브레이크가 심했다. 몇일 전까지 이어진 각 언론의 ‘단독’ 타이틀을 단 의혹보도는 끈질기게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라는 폭풍은 파편에 불과했다. 권 회장 연임의 최종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포스코와 권 회장측이 이사회에서 최 씨로부터 무관하고 떳떳하다는 해명이 주효했다.

포스코는 포레카 매각 과정에서 청와대와 차은택의 요구를 거절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중소기업에 넘긴 대목도 한몫했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도 이사회 결의를 통했다. 국내 기업 중 내부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한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오히려 다른 기업과 달리 거세게 밀려온 외압과 특혜를 거절하는 투명경영을 실천했다. 포스코의 선택은 끝났고, 권 회장에게는 또한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제 권 회장과 포스코에 남겨진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단명에 그쳐 미완으로 끝날 수도 있던 경영목표를 마무리해 영업이익 1조의 과실을 더 키우는 일이다. 이 기간 동안 포스코는 2020년, 차기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경영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이다. 그동안 권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재편과 매각, 구조조정, 철강본업 경쟁력 강화 라는 본질적 가치도 결실을 맺어야 한다.

또 하나는 그동안 지속돼온 외압 ‘흑역사’를 잘라내는 일이다. 이 기회에 정권 교체기마다 요동쳤던 포스코 회장이나 임원 자리가 더 이상 외압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권 회장은 국민과 주주들에게 이번 2기 체제가 과거와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상처는 있지만 정식 절차를 거쳐 선임된 첫 번째 회장이라는 정통성이 권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관성적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정치권의 어떤 압력에도 권 회장은 굴하지 말아야 한다. 권 회장 스스로 어떤 희생을 강요받더라도 강단 있게 포스코를 끌어가야 한다. 이번 기회에도 구태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포스코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과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래야만 차기 회장들이 부담을 털고 포스코란 민간기업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 전통도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기본도 여기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중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차기 대선을 놓고 권 회장의 임기를 제한적으로 보는 관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 또 다시 포스코 회장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권 회장과 임직원들은 온 몸으로 이런 외풍을 막아내야 한다. 권 회장과 포스코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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