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연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CEO 인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 CEO 선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징을 보자면 "될 만한 인물이 됐다"는 것. 큰 이변 없는 CEO 확정이다. 또 하나는 영업현장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 선출되면서 올 한해 치열한 영업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좌측), 이광구 우리은행장(우측)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9일 한동우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 갈 차기 회장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선택했다. 한 회장과 회장추천위원회가 안정적인 권력 교체에 중점을 둬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인사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유력후보였던 조 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중 조 행장이 한발 앞서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지주사에서 비중이 압도적인 은행의 수장이라는 점, 특정 계파가 없는 중립 인사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맨 출신의 은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이동한 만큼 신한금융 계열사들도 치열한 영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라며 "현장 영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핀테크를 병행해 올 한 해 수익을 창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행장에게는 계열사 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특히 디지털 부문에서의 ‘원 신한’ 모델 구축이 요구된다. 실제로 조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원 신한을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차별성을 확보한 원 신한을 토대로 국내 1등 금융사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조 행장의 막중한 과제다.

글로벌 시장을 포함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도 책무로 제시된다. 현지에서 2위 사업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신한베트남에 이어, 차기 회장은 아시아 금융벨트를 더욱 공고히 해야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당장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장이 공석이 된 만큼 큰 폭의 인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29일 민영화 된 새 우리은행을 이끌 차기행장으로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이 낙점된 것 역시 ‘이변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오랜 숙원이었던 민영화를 성공시킨 주역이라는 점, 견조한 실적을 냈다는 점이 이 행장의 연임에 무게를 실어왔다.

이 행장에게도 크게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우선은 행장 선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3월에 있을 임원 인사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임원 대부분은 오는 3월에 임기가 끝나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돼 있다. 잡음을 얼마나 최소화하고 조직이 납득할 만한 인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 시스템의 구축을 1순위로 꼽고 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으로 인사를 하면 파벌로 나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영화 성공 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지주사 전환 추진도 중요하다. 지주사를 구축하려면 보험사나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새워야 한다. 지주사 전환 추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과점주주들과 갈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보험사(한화생명· 동양생명)와 증권사(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자산운용사(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으로 이뤄져 있는 과점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기존 은행에 없던 과점주주 체제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것도 이 행장이 해야 할 일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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