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여대생들.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가 열린 23일 이화여자대학교. 개강을 맞은 여대생들로 북적거리는 캠퍼스에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의실로, 식당으로 가던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기 바빴다.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는 2005년 개막을 앞두고 홍보 차원에서 처음 개최된 후 2012년부터는 대학교 캠퍼스를 찾고 있다. 성균관대와 건국대를 거쳐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처음으로 ‘여대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이화여대 측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재성사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이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로 지금까지 돌아본 대학교 가운데 가장 적합했다”면서 “학교 측은 홍보 효과로, 우리는 여성 팬 확보 차원으로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가 미디어데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개최지’로 선정된 이유다.
여대생들의 관심은 높았다. 미디어데이 식전 행사인 사인회는 길게 줄지어 선 학생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 없었고, 좋아하는 선수와 대면한 여대생들은 수줍게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사인회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선수들이 호명될 때마다 아이돌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여대생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또 이화여대생들을 상대로 ‘썸’타고(관심 가는 이성과 교제하기 전에 순조롭게 진행돼 가는 단계를 뜻하는 신조어) 싶은 선수를 뽑는 인기투표가 진행됐는데 한화 이태양이 1위를 차지했다. 이태양은 넥센 서건창, 두산 김현수와 경합 끝에 여심을 사로잡고 꽃다발을 받았다. 이태양은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올해 더 야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대 야구 동아리인 ‘플레이걸스’가 진행을 도왔다. 선수들 역시 ‘금남의 구역’인 여대 방문에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프로야구가 여대를 찾는 이유는 자명하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에도 남성 위주의 경기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여성 팬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화답하기 위해서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대부분은 남성 팬이었다. 그런 야구장에 1990년대 중반부터 ‘오빠부대’가 등장하더니 7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지금 여성팬은 40%가 넘는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팬의 증가는 곧바로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소극적으로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왔던 여성팬들은 이제 동성끼리 적극적으로 야구장을 찾고 있다. KBO와 각 구단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성팬들에게 야구장은 여가선용의 공간이며 쇼핑몰이기도 하다. 여성팬들을 위한 야구 해설서, 여대생 야구팬을 위한 특강도 등장했고, LG 구단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핼로키티’ 캐릭터를 도입해 의류와 인형,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LG 관계자는 “마케팅에서도 야구 관련 상품을 기획할 때 여성팬들의 기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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