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올해 전기차 보급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정작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중화는 고사하고 예상치만큼 팔 수 있을지 확신도 불투명하다. 아무리 나쁜 상황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긍정적임을 감안하면 실제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암울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 PHEV 스포츠카 i8을 만든 BMW는 이 밖에도 세계 시장에 X5 xDrive40e등 다양한 고성능 PHEV를 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만나볼 수 없다. BMW코리아 제공

관계자들이 올해 전기차 시장 대중화를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인프라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환경부 설치 건을 포함해 700~800기 정도다. 작년에만 등록된 전기차가 5,914대. 충전소에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 하다.

올해에는 이런 충전기 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질 예정이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판매량 목표는 1만4,000대에 달한다. 올해 정부는 급속충전기를 2,610기까지 늘리겠다고 공헌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지난 12일부터 급속충전요금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투자를 미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안에 따르면 올해 추가할 충전소 1,860기 중 1,150기가 한국전력공사 등 민간업체 몫이다. 최악의 경우 목표량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다. 특히 현실적인 전기차로 불리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지원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전기차에 가까워 가격이 비싼데도 무조건 500만원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PHEV 보급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책정해주고 있다.

이런 논란은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가 출시되면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REV는 전기차에 발전을 담당하는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종이다. 전기차에 발전기를 단 셈이다. 다음 달 민간 출시 예정인 쉐보레 볼트(Volt)가 바로 EREV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조금이 500만원에 불과해서 판매 가격이 3,200만원에 달한다..

▲ 쉐보레 볼트(Volt)는 전기차에 가깝지만 국내 정책상 PHEV로 분류, 500만원의 지원금 밖에 받을 수 없다. 한국지엠 제공

그 밖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PHEV나 EREV차가 국내 출시만은 망설이고 있다. 500만원에 불과한 보조금으로는 경쟁 내연기관 모델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SUV에서 토크가 높은 전기모터를 이용한 경쟁력 높은 PHEV가 많이 있다. 하지만 국내 출시에 연기를 거듭하다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전기차 대중화에는 큰 걸림돌이다. 현행 전기차 보조금 기준은 시간당 7kW를 충전해 10시간 이내에 완충할 수 있는 차다. 보조금 지원 차량 기준을 최대 배터리 용량 70kWh로 제한한 것이다. 때문에 BYD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늦어지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 들어온 테슬라는 모델 S90D에 보조금이 전혀 나오지 않아 세계 최고가로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PHEV나 EREV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국내 시장은 뒤쳐진 정책 때문에 한참 뒤쳐진 상황”이라며 “전기차 정책까지 제대로 개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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