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태양은 또 뜬다. 2016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한 해였다. 한국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의 한파와 가계부채 뇌관에 소용돌이쳤다.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2%대를 면치 못하고 성장을 멈춰서 있다. 최순실발 정치 리스크는 한국경제를 블랙홀에 가두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밖으로는 글로벌 금리전쟁, 유로존의 몰락, 미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을 푸념하기에는 이르다. 저력으로 다시 하나로 뭉칠 때다. 희망찬가를 외치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다짐으로 기지개를 켜는 현장을 찾아본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꿈틀대는 희망의 몸부림을 발견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때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 신진주] 매서운 한파 속 ‘패션의 메카’ 동대문 시장엔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찾아왔다. 사드 발 동대문시장의 큰손 중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내수시장마저 좋지 않자 적막감마저 맴돈다.

▲ 한 때 사람들로 가득찼던 동대문 도매시장 인근이 한산하다. /신진주 기자

한때 동대문 유어스 앞 횡단보도 사거리 주변은 중국인 도매상과 국내 소매상인들의 보따리로 가득 쌓여 길을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1월 찾은 동대문 상권은 한산했다. 밤 10시는 중국 소매 상인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을 시간이지만 요즘은 우두커니 매장 앞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동대문에서 6년째 일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중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한국인들은 2~3장 떼 간다 하면 중국 손님은 한번 오면 100장씩 떼 갈 정도로 단위 자체가 다른데 참 큰일”이라며 “돈이 들어와야 새로 물건을 찍어 낼 텐데 새 옷도 못 들여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팍팍한 삶의 현장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는 이들이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오후 7시 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해 집으로 향할 무렵, 하루를 시작한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보통 저녁 9시부터 새벽 4~5시까지 문을 연다. 밤부터 새벽까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젊은 청년들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동대문에는 ‘사입삼촌’이라 불리며 물건을 배달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사입삼촌은 한 겨울에도 옷차림이 가볍다. 옷이 한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춥지 않다. ‘사입삼촌’을 떠올리면 아저씨로 생각할 수 있으나 2030대 젊은 청년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이 많지 않은 쇼핑몰 안. 장사가 안 된다고 모두 절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매장에 흘러나오는 빠른 비트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옆 매장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등 밝은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동대문 상권 특유의 젊은 에너지가 절망 속에서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 동대문 도매 쇼핑몰 매장 안의 모습 /신진주 기자

동대문 시장의 유통과정을 배우고 싶어 일을 시작했다는 26살의 윤모 씨. 그녀는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근무를 하고 월 150만원을 받는다. 매장 오픈 전 주문한 옷이 배달되면 서둘러 옷을 풀기 시작한다. 좁은 매장에서 옷을 풀다보면 먼지가 가득 쌓여 기침이 나올 정도다. 어느 정도 매장 정리가 완료되면 “둘러보세요~”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한다. 마감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어느새 날이 밝아 있다.

낮과 밤이 바뀐 채 생활해야 해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윤 씨는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고생해도 이 곳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윤 씨는 “나중에 중국인을 상대로 한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은데, 먼저 동대문 시장에서 유통 흐름과 노하우를 배워두면 도움이 될까 싶어 이곳에 취직했다”며 “낮에는 중국어 공부도 틈틈이 하는 중”이라고 했다.

밤 12시가 되자 한국 소매상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펜과 수첩을 들고 돌아다니며 물건을 세심히 보고 있는 한 20대 여성과 만났다. 2년째 블로그를 통해 옷 장사를 하고 있는 고 모씨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서 매출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옷을 고를 때도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재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물건 보러 와서 하나도 안 가져갈 때도 많다고 전했다.

고 씨는 “온라인을 통해 도매로 물건 나와 있는 건 다 볼 수 있지만, 고생되더라도 직접 동대문 매장에 와서 봐야 옷 트렌드도 알 수 있고 감을 안 잃는다”고 말했다.

이어 “블로그로 작게 시작은 했지만, 수입이 작아 주3일 정도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며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3년 정도는 계속 할 생각”이라 덧붙였다.

동대문 새벽시장의 젊은 청년들 앞에도 불확실한 미래는 존재한다. 하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이 또한 배움 이라는 자세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동대문 시장의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고단한 삶과 절망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청년들의 긍정의 힘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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