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1회> 글·김지훈

완벽한 대칭을 자랑했던 영생자 1호, 장수의 얼굴, 한쪽 귀가 사라졌다. 그는 스크린 위에 있는 소형 카메라에 상처를 들이댔다.

“이 얼굴이 잘 보이시나요? 싸구려 총알이 뜯어간 이 자리가 보이시냐구요!”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게.”

컴퓨터 화면 속,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찬란한 젊음이 빛나는, 영생자 7호 이드였다.

“이 섬은 당신 것이잖아요! 누가 오가는지 모두 알 수 있는데 …. 왜 그놈들이 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겁니까!”

“나는 자네 보모가 아니야.”

이드는 무겁게, 얼어붙은 지옥문이 열리듯, 낮은 음성을 말했다. 그의 눈빛과 뉘앙스에는 경고를 넘어서는, 실제적인 위협이 담겨 있었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상대는 이드였다. 강력한 권력자, 세상의 주인이 될 존재, 그런 존재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제가 죽길 바라는 겁니까? 저를 버리신 겁니까?”

장수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처럼 이드의 눈치를 살폈다.

“니 놈은 판타지늄을 개발한, 준의 여자 친구를 망가트렸어. 그런 인물의 여자를 짓밟다니! 우리에겐 준의 천재성이 필요해. 영생의학을 진보시킬, 그런 사람이 소중히 해야지. 안 그런가?”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장수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귀는 내가 직접 뜯어내지!”

“준은 우리를 증오하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영생자를 실패작처럼 여겨요. 노벨상을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죠. 놈은 우리를 진보시킬 연구는 하지 않고, 폐인처럼 시간을 낭비했죠. 자극이 필요했어요.”

“준의 여자 친구에게 해코지한 게 자극이 된단 말인가?”

“네! 여자를 살리려면, 영생을 이식하는 방법밖에 없죠. 준은 민에게 영생을 이식할 겁니다. 놈의 사랑은 태양처럼 뜨겁죠. 결코, 민을 포기하지 않죠. 민이 영생자가 되어도 놈의 사랑은 변치 않습니다. 녀석은 민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성실해질 겁니다. 우리는 더 완벽한 존재가 될 겁니다.”

이드는 묵묵히 모니터 속의 장수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하단에는 장수의 체온, 맥박, 동공 크기 변화, 몸짓 따위의 바이오 시그널이 기록되었고, 트루 알고리즘을 거쳐, 장수의 말이 진실일 확률이 계산되었다. 방금 장수가 한 말의 진실 확률은 15%.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이드는 아무 말 없이 통신을 중단했다. ‘나와 같은 영생자에게 진실을 기대한다는 것은 …. 어리석은 짓이겠지.’ 그는 의자를 돌려, 책상을 등지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준이 영생자를 증오했다면, 장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마킷.”

낮은 음성이었지만, 곧바로 채널이 마킷에게 연결되었다. 모니터에 마킷의 얼굴이 떠올랐다. 밑에서 위를 향하는 각도였지만, 점점 작아지면서, 정면 각도로 수정되었다. 마킷 뒤로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진, 복도가 보였다.

“그녀는 회복되고 있습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마킷은 이드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이드는 늦은 타이밍으로 눈동자를 정면에서 아래로, 다시 정면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준에게 말해뒀어요.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민은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주었다고,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오히려 준을 저주하게 될 거라고.”

모니터 하단에 나오는 바이오 시그널 진실 확률은 96%였다. 마킷은 가끔 농담하기도 하지만, 항상 진실만을 말했고, 진리를 탐색한다.

“훌륭한 통찰력이고, 적절한 조언이군.”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어떻죠? 저를 저주하나요?”

마킷이 묻자, 이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우리는 한팀이야. 그게 가장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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