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문태종(위)과 모비스 문태영.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다. 두 팀에 아들을 선수로 한 명씩 두고 있는 문성애씨는 시리즈가 6차전에서 모비스의 4승2패 우승으로 끝난 뒤 기쁨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한꺼번에 흘려야 했다.
얄궂은 운명은 벌써 세 번째다. 문태종(40ㆍLG)과 문태영(37ㆍ모비스) 형제는 18일부터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에서 또 다시 혈투를 벌이고 있다. 2승1패로 모비스가 앞선 가운데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피를 나눈 형제를 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앞선 두 번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는 모두 동생 문태영이 이겼다. 지난 시즌 문태영이 이끄는 모비스가 LG를 꺾고 챔피언이 됐으며 문태종은 당시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차지했다. 문태종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2012-2013시즌에도 문태영은 인천 전자랜드 소속이던 형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꺾고, 4강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제패했다.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문씨가 노골적으로 형을 응원하는 이유다.
문태종도 이번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번만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3시즌 연속 동생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해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문태영은 “형과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이겼다.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형이 먼저 집에 갈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이번에도 문태영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문태종은 불미스러운 사고로 퇴출된 데이본 제퍼슨의 몫까지 더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둘은 국내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로 문태영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6.92점을, 문태종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경기당 12.02점을 넣어 관록을 과시했다. 같은 포워드에 외모도 비슷하지만 둘은 농구 스타일도, 성격도 전혀 딴 판이다. 문태종은 외곽포가 장기인 반면 문태영은 골밑 플레이가 일품이다. 24일 창원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문태영이 또 한 번 형을 누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지, 문태종이 승부를 극적으로 최종 5차전으로 몰고 갈지 주목된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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