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시저스킥] '심판매수' 전북의 CAS 항소는 무엇을 남겼나
[박종민의 시저스킥] '심판매수' 전북의 CAS 항소는 무엇을 남겼나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7.02.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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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국(맨 왼쪽) 등 전북 현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이철근(64) 전북 현대 단장이 지난해 드러난 구단 소속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진정성을 놓고 의문이 생긴다. 정말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전북의 지금까지 행보와 이 단장의 사퇴는 그다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북 스카우트 차모 씨는 2013년 2명의 심판에게 5차례에 걸쳐 총 5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지난해 5월 적발돼 부산지방법원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전북은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전북은 스카우트 개인의 일이라며 사건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북은 지난해 9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심판 매수와 관련해 승점 9점 삭감과 벌과금 1억 원 부과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독립기구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로부터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때도 전북은 결과에 불복하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그러나 정말 심판매수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다면 항소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심판 매수는 스카우트 개인의 행위였을지라도 엄연히 구단의 일이다. 구단은 직원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 법률 용어로서의 책임(責任)은 ‘비난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구단 소속 스카우트의 잘못이라면 구단도 비난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징계를 따르는 게 맞다. CAS 항소 결정은 구단이 여전히 스카우트의 심판매수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본다는 방증이었다.

CAS는 지난 3일 전북의 항소를 기각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K리그는 다시 흠집이 났다. 리그는 다시 한 번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전북의 항소로 인해 전북 대신 ACL에 나서게 된 울산 현대나 조가 변경된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훈련 일정을 변경하는 수고를 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하나 더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솜방망이 징계로 화를 키운 측면이 있다.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실이 밝혀진 지난해 5월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스카우트의 단독 소행이라고 결론 나더라도 심판 매수는 프로 스포츠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연맹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4개월 후 연맹이 내린 결정은 다소 가벼웠다. 전북은 그 해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준우승은 가져갔다. 아무리 구단 직원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도 심판매수에 연루된 팀이 강등 등 중징계가 아닌 준우승의 영예를 안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언제든 재발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었다.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자체도 중대한 잘못이었지만, 구단과 연맹의 후속 처리는 더 큰 실망감을 안겨다 줬다.

스포츠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CAS 항소가 받아들여져 전북이 ACL에 나가게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철근 단장은 사의를 밝히지 않았을까.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매수는 없던 일로 잊혀졌을까. 전북은 ACL에 나가 떳떳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