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자이언티, 이름 넉 자를 각인시키기 전에도 피처링 1순위였던 뮤지션들의 뮤지션이었지만, 그래도 굳이 출세 곡 하나를 꼽자면 ‘양화대교’다. 집에서 홀로 가족들을 기다리다 택시 기사였던 아빠에게 전화를 걸면 늘 ‘양화대교’라는 답이 돌아왔다던 노랫말. 양화대교는 자이언티에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자, 또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과 같은 곳이다.

‘전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 특히 너네 양화대교 지나갈 때. 그래그래 그 노래 좋아해. 근데 그 다리가 뭔 상관인데.’

자이언티는 최근 발매한 새 앨범 ‘OO’의 수록곡 ‘콤플렉스’에서 이 같이 노래한다. 양화대교를 지날 때면 괜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는 노랫말이 귓가에 울리는 건 다들 비슷한가 보다.

‘OO’ 발매를 기념해 마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자이언티에게 물었다. “정말 양화대교에서 전화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냐”고.

“한때. 한참 그랬다”며 자이언티는 웃었다. 재밌는 게, 새벽 2시, 5시에 전화해서 별 말 않고 끊더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면 이미 수화기 너머에선 ‘양화대교’가 흘러나오고 있고, 지인들은 종종 술 취한 목소리로 “야야야야. 나 양화대교야. 양화대교”라고 말하곤 했다. 대답하던 자이언티는 “전화했던 당사자들은 ‘콤플렉스’ 가사를 보고 좀 상처받을 수 있겠다”고 중얼거렸다.

자이언티는 ‘양화대교’ 이후 ‘공감형 가수’가 됐다. 사람들은 이제 자이언티의 노래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고 싶어한다. 자이언티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상처를 꺼내놓고 소통해야 하게 됐다. 자신이 가진 피해의식과 콤플렉스에 대해 말하는 노래 ‘콤플렉스’에 ‘양화대교’ 이야기가 들어간 것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다. ‘양화대교’는 자이언티에게 기회를 준 곡인 한편 수많은 편견과 틀을 만든 곡이기도 하다. 자이언티는 “‘그 다리가 뭔 상관인데’라는 가사는 내 부탁인 셈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할 거니까 한 곳에 머물러 있지 말아 달라는”이라고 털어놨다.

‘OO’의 타이틀곡 ‘노래’에도 이런 마음이 들어 있다.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 사람들이 가사를 못 외웠으면 해’라는 가사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곡이 유명해지면서 오는 혼란을 담고 있다. 자이언티는 “처음에 내 이야기를 쓰면서 알려진 시점에는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당황스러웠다. 나 혼자만 알고 있던 얘기, 일기장에 쓸 법한 곡들을 사람들이 알고 따라 부르고 또 때로는 놀리고 하는 것들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씁쓸했다”고 고백했다. 

“자전적인 가사로 알려진 가수. 그게 내 아이덴티티”라고 말하는 자이언티는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대중과 교집합을 만들어가고 싶다. 앨범명 ‘OO’는 교집합을 상징하는 벤다이어그램에서 착안했다. 자이언티는 “어려움이 많은 세상 아닌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위로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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