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태양은 또 뜬다. 2016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한 해였다. 한국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의 한파와 가계부채 뇌관에 소용돌이쳤다.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2%대를 면치 못하고 성장을 멈춰서 있다. 최순실발 정치 리스크는 한국경제를 블랙홀에 가두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밖으로는 글로벌 금리전쟁, 유로존의 몰락, 미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을 푸념하기에는 이르다. 저력으로 다시 하나로 뭉칠 때다. 희망찬가를 외치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다짐으로 기지개를 켜는 현장을 찾아본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꿈틀대는 희망의 몸부림을 발견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때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 김재현]"실제 영업점에서 발굴한 기업을 크라우드 펀딩에 중개시켜서 성공한 것이 보람되고 기억에 남습니다"

기업은행 노원 마들역지점에서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외과 결찰용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주)에이치엔써지컬을 발굴해 크라우드펀딩 상담 후 기업은행의 기업투자정보마당으로 연계시켰다. 당초 이 기업은 1억4,000만원의 투자금을 신청했는데 3억까지 투자금을 받는 결과를 얻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기업투자정보마당에 공개된 기업정보는 1만7953건, 크라우드펀딩 연계는 215건, 투자성공은 130건, 금액으로는 453억6,000만원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주정태 기업은행 핀테크사업부 핀테크기획팀장은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이나 중소기업 보육기관 등에서 추천받은 기업을 선별해서 기업투자정보마당에 정보를 공개했다"라며 "에이치엔써지컬의 경우 영업점에서 따로 우수기업을 선별해 펀딩을 성공시킨 첫번째 사례"라고 추켜 세웠다.

크라우드 펀딩이 어느덧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크라우드 펀딩의 오해는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투자 기업이 언제 상장될 지, 성공할지 모르는 만큼 리스크는 더 크다. 거래소에서 주식을 사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출범 초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년간 펀딩에 성공한 기업은 116개사다. 이들은 121건의 펀딩에 성공해 7172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18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1년간 펀딩 성공률은 46.4%에 이른다.

최근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20위 중후반대에 머무르는 사이 대만과 일본에 추월당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심지어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칠레(18위), 에스토니아(23위)위에 뒤쳐졌다.

내우외환의 소용돌이에 갇힌 한국경제에 중소기업 성장과 창업 붐을 끌어올려 경제 대동맥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크라우드 펀딩은 씨앗이 되는 유망기업들을 키워내는 꼭 필요한 자양분과 다름없다.

하지만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의 역할이 크지만 한계도 있다. 그 중 얼마만큼 우수한 기업들을 찾아내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였다.

기업은행의 기업투자정보마당이 투자자들이나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을 연결시켜주는 오작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투자정보마당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의 정보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 등 투자자에게 제공해 자금조달과 투자기회를 확보하게끔 한 플랫폼이다.

기업투자정보마당에 공개된 기업정보는 1만7953건, 크라우드펀딩 연계는 215건, 투자성공은 130건, 금액으로는 453억6,000만원이다.

기업은행은 문화 컨텐츠의 경우 매칭투자조합으로 해서 펀딩에 성공한 업체에 투자용으로 100억원 규모로 4건(32억원)에 투입했다. 실제 펀딩에 성공한 모션블루의 경우 펀딩 7,000만원 했는데 10억원을 후속투자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업체에 대해서 11건에 19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1주년을 맞은 기업투자정보마당의 성과다.

기업은행이 작년 기업투자정보마당 플랫폼을 만드는 당시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처음 시작되는 첫 해여서 우왕좌왕했다. 기업은행 핀테크사업부에서 관장하지만 플랫폼을 담당하는 인력은 3명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크라우드 펀딩 출범 초기는 미흡했지만 원년으로서의 성과는 나름 유의미했다. 사업화 기회를 가지고도 날개를 펼칠 수 없던 기업들에게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장현규 기업은행 핀테크사업부 계장은 "크라우드 펀딩 성공 이후 후속 투자나 금융지원을 통해 자금을 받아서 기업의 밸류를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라며 "대박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처음 핀테크사업부는 이 플랫폼을 만들때 설계 전부터 기존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들이나 벤처캐피탈(VC), 엔젤투자자들을 만나 ▲사업개요 ▲주주구성 ▲자금운영 등 펀딩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확인하며 초기 플랫폼을 다듬어갔다.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일들을 병행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중개업체들과 수시로 간담회도 열고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만났다. 박람회에 참여해 기업은행 부스에서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고객들의 자금조달 방법도 안내했다.

장 계장은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면서 때로는 보람도 있다. 새로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있을 뿐. 일자체가 힘든 것 없다"라며 "오히려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 도전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투자정보마당 홈페이지 이미지 캡쳐

이를 통해 얻은 의견들을 플랫폼에 반영하고 금융당국과의 수시 점검회의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를 통한 소득도 나름있다. 한국거래소에 개설된 스타트업 전용 거래시장(KSM) 크라우드 시딩(Seeding) 펀드 80억원을 조성해 올해부터 투자할 계획이다.

이 펀드의 역할은 두가지다. 조성된 80억원에서 60% 정도인 48억을 크라우드 펀딩 진행 단계 속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나머지 12억원 정도를 KSM에 등록된 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을때 후속 투자가 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투자자들의 전매제한 완화 등 더욱 현장 목소리가 법 제도에 적용될 수 있는 개선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주 팀장은 "1년동안 제도시행에 있어 성공률은 나름 높았지만 실제 시장에 크라우드펀딩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의 얘기를 잘 전달하고 제도개선 중이다"라고 전했다.

플랫폼에 많은 정보를 보는 피로도가 있는 만큼 별도로 매주 단위로 3~4개 기업을 선정해 위클리 인사이드라는 메일을 보내고 있다. 30곳을 소개했는데 실제로 세 곳이 펀딩으로 이어졌다. 두 곳은 성공했고 나머지 한 곳은 모집 중이다.

핀테크사업부의 플랫폼 정보 모니터링은 일부다. 중개업체에서 진행한 IR데이에 참여하고 VC와 같이 향후의 계획을 공유하고 기업들과 직접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상담도 한다.

장현규 핀테크사업부 계장은 "핀테크 사업부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다"라며 "기회를 주는 것이다. 투자중개업체들이 가급적 플랫폼에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땀방울의 결과는 좋은 소식으로 찾아왔다. 7,000만원의 펀딩에 성공한 스마트 코딩 전문업체인 모션블루는 중국 최대 교육 기업 신동방으로부터 30~50억 투자 받기로 했다.

기업투자정보마당을 시작하면서 과연 크라우드 펀딩이 될까 반신반의했다. 첫날 마린테크노가 크라우드펀딩 성공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

장 계장은 "크라우드 펀딩을 받은 기업들이 해외수출을 따내는 것을 보면서 작아보이는 것 같지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최근 서울산업진흥원 등 벤처기업을 보육하는 기관에서 연락이 잦아졌다. 플랫폼에 정보를 올려 기업들이 펀딩이나 VC에게 도움을 받게 하기 위한 협조 전화다.

올해 서울산업진흥원이나 창업보육협회 등 공조해서 컨설팅을 해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플랫폼에 집중했다면 올해 펀딩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

한 기업당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액은 1억5,000만원, 평균 투자자수는 47명이다. 한 프로젝트당 꽤 많은 투자자들이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투자자들은 평균 투자수익률을 8% 잡는다.

장 팀장은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대박을 쫒는 환상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그는 "리스크를 감안한 분산투자를 권한다"라며 "초기인 만큼 소액투자로 시장을 살펴보면서 좋은 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투자"라고 조언했다.

기업투자정보마당의 1년이 더 기대되는 2017년이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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