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4회> 글·김지훈

인공위성에서 보내준, 호주와 동아시아 지역의 광합성 지도는, 사막 같은, 낙엽 같은 …. 빈곤한 갈색톤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기상이변으로 곡물이 여물기도 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바스러진 낱알을, 미역처럼 축 처진 줄기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농부의 모습이 보였다.

캐나다와 호주, 인도와 베트남이 가장 큰 손해를 입었고, 유럽과 미국, 러시아와 중국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세계적인 식량난은 피해갈 수 있지만, 식량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정교한 데미지 스케일이었다.

모든 것이 이드의 뜻이었다. 그는 기후를 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 야심 찬, 과학자 듀아멜이 만든 그 무엇 때문인데 …. 듀아멜은 그것을 이산화탄소의 집단지능이라 설명했지만, 작동 메커니즘까지 친절하게 나발댔지만, 솔직히 …. 잘 모르겠다. 나의 투자 원칙 중 하나는 ….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이지만, 이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는 내가 가진 모든 원칙을 초월하는 존재이다. 지금까지 그의 취향, 스타일, 계획과 비전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 기후거래소 …. 이드는 왜? 기후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설치는 걸까? 남몰래 날씨를 컨트롤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텐데 ….

“실망이군 …. 그런 의문을 품다니 ….”

이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넌지시 쳐다보았다.

“영생과 관련이 있습니까?”

“계속 해보게.”

“저에게 말해주지 않은 내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 날씨를 컨트롤 해야 할 상황이 된 겁니다. 날씨를 방치하면 …. 뭔가 큰일이 일어나는 거죠. 그리고 누군가 듀아멜 방식의 기후 통제 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지금껏 해왔던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날테고, 책임을 면할 수 없겠죠. 하지만 …. 모두 참여하는 기후거래소를 설립하면 …. 날씨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동의하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

“하지만?”

“기후 거래소를 적대시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굶주린 반자본주의자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이 될 겁니다. 돈을 주고 구름을 사야 한다면 …. 폭동이 일어날 겁니다. 게임 룰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게 절대 쉽지 않을 테고 …. 산발적인 유혈 사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 판을 뒤집는 거대한 저항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 성장통에 불과해. 가야 할 길에 놓여 있는 작은 웅덩이지 …. 밟고 지나가면 그만이야. 자네에겐 좋은 기회야. 프랑스 의회가 한 짓을 보게.”

이드는 가볍게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프랑스 의회는 영생자에게 바이탈 세금을 부과할 법안을 상정했다. ‘생명 연장 세금’ - 영생을 사치품으로 구분해서 …. 특별소비세를 때리겠다는 건데 …. 구체적인 세부안을 나오지 않았지만, 법령이 통과되면 영생자를 국가적, 사회적 부담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영생자 이드에게 못마땅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 의회를 지원하는 인물은, 이드를 견제하는, 그의 아들 데미안이라는 소문이다.

“정치꾼들은 타고난 도둑놈들이야. 놈들은 내 권력과 재산을 탐내지. 이제는 내 생명까지 시샘하며 축내려 하지. 놈들이 할 줄 아는 것은, 부유한 사람의 것을 훔치고,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것뿐이야. 놈들이 말하는 분배라는 것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자네도 잘 알잖는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 돼. 그들의 무능력을 세상에 드러내야 해.”

이드는 치를 떨었는데, 정치가에 대한 증오가 거북할 정도로 거칠었다.

“정치가들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기후거래소를 반기게 된다는 시나리오입니까? 그런 게 가능합니까?”

“가능해야 하네. 그게 자네가 할 일이야.”

나는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다. 나에겐 투자 원칙이 있고, 삶의 원칙과 신념이 있다. 그러나 이드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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