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 가입 하고 싶어도 보험료가 비싸니 정책성보험이 답이다” “아니다. 위험성이 높고 상품 매력도는 떨어진다, 누가 팔겠나”

전통시장 화재에 대한 정책성보험에 대한 업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 지난해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는 상인회 추정 약 1,000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지진보험과 전통시장 화재보험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전통시장 영세상인 대상 화재보험을 정책성 보험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보험연구원과 금감원은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은 “전통시장의 화재 보험은 다른 위험을 같이 보장하는 상품만 판매돼 왔다. 화재위험만 분리하는 보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정책성보험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원안대로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보험요율 산출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정보로 구축해 뽑아야 한다"라며 "보험보다 화재 예방이나 상인 보호가 우선이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 사이에서도 정책성보험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화재를 계기로 업계 안팎에서는 전통시장 화재 대응책으로 정책성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전통시장에서만 한해 6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전통시장 점포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26.6%로 열명 중 세명에도 못 미친다. 전통시장이 화재 취약건물로 분류되어 납입보험료가 높기 때문이다. 1~4등급으로 나뉜 건물 보험료 책정 기준 중 전통시장은 3~4등급이 대부분이다. 4등급은 만기까지 보상을 받지 않더라도 환급금 비율이 20~30% 수준이지만 보험료는 1등급에 비해 4배 높다.

대응책으로 2012년 전통시장 화재위험대비 정책성보험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대 입장을 요약해보면 △다른 영세사업자와의 형평성 논란 △보험가입자 소득수준 확인의 번거로움 △정책성보험의 ‘깡통보험’ 위험성 등 세 가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의 정책성보험으로 전통시장 화재보험을 만들면 어떤 보험사가 가입을 적극 권유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의보험은 가입자의 의사에 따라 가입을 결정한다.

우선 다른 영세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짙다. 전통시장에만 정책성보험으로 정부 자금을 출자하면 타 상공인과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전통시장 정책성보험 가입률을 50%로 목표했을 때 정부가 내야 하는 금액은 연간 125억원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상인들의 개별 경제력을 확인해 보험료를 차등지원 하면 해결된다"라며 "전통시장 상인이라는 특정 이해집단이 아니라 재난취약계층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가입시 소득 수준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지나치게 번거롭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단위, 상인 단위의 일관적인 보험가입으로 유도해야 맞다. 개별 임의가입의 경우 가입자수가 확보되지 않아 보험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보험 미가입자를 인도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리스크관리도 고스란히 보험사의 몫”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수요자, 보험사 간의 간극을 좁혀 상품을 내놓더라도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인다. 타협점으로 상품을 내놓다 보니 보험사로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는다. 보험 수요자들도 종전의 보험과 크게 다른 부분을 느끼지 못해 가입을 하지 않거나 정책성보험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상품 가입자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가입자가 100건에도 못 미치는 ‘깡통보험’에서 정책성보험이 절대적인 수치를 차지했다.

1970년 출시된 원자력 손해배상책임보험, 2014년의 연안체험활동 운영자 배상책임보험 등은 가입자가 없거나 아주 적었다. 연안체험활동 운영자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당시 해병대 캠프 사망사고를 계기로 공분이 일자 부랴부랴 만들어진 상품이다. 수레는 요란했지만 만 3년을 넘긴 지금 실효성은 미미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해결법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해결책으로 리스크 풀링(Risk Pooling)을 들었다. 각사별로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보다, 개별 보험사가 가입자는 따로 받되 각사의 시스템을 통합하면 위험성이 줄고 집계 정보는 커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지난 9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화재공제를 제고키로 했다. 상인들이 모은 공제금에 정부의 손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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