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5회> 글·김지훈

포근하고 은은한 불빛이 식탁을 감쌌다.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는 핏물이 묻어났다. 이사벨은 우아한 자태로, 학이 날개를 반쯤 펼친 것처럼, 포크와 나이프를 집고, 요령 있게 스테이크를 잘랐다.

“맛이 각별하네요!”

그녀는 매력적인 눈길로 맞은편에 앉은 마킷을 보았다. 마킷에겐 제대로 익은 메추라기 요리가 나왔다. 나올 때부터 먹기 좋게 잘린 상태였고 잘린 틈에는 겨자가 섞인 소스가 흠뻑 뿌려져 있었다. 그는 조용했다.

“저 혼자 떠들게 할 셈이에요? 신사답지 못한데요.”

그녀는 눈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영생자가 된, 그녀의 아름다움은 현재진행형이었고, 내일이 되면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미안. 너의 아름다움에 잠깐 정신이 나갔어.”

“아직도 저를 원하시나요?”

이사벨은 그녀의 어깨끈을 살짝 내리며, 도발적인 미소를 흘렸다. 매끈한 어깨선이 마킷을 유혹했다. 어깨선은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가슴으로 이어졌다. 황홀할 정도로 탐스러운 가슴 …. 마킷은 이사벨이 사용하는 단어와 뉘앙스를 신중하게 살폈다. 그녀는 ‘사랑하시나요?’ 하지 않고 ‘원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예전의 이사벨이었다면 사용하지 않을 표현이다.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침대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킬까 봐, 걱정되세요?”

눈웃음쳤다. 마킷은 그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안쓰러울 정도로 몸부림쳤고 …. 거절한다면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절박한 애걸 …. 어깃장을 놓는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섹스는 탱고처럼 격정적이었다. 이사벨은 예전보다 능란하고 …. 대담했다. 그녀는 마킷에게 극락 같은 쾌락을 선사했다.

“아직도 ‘예전의’ 제가 그립나요?”

마킷 위에 올라탄 그녀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 같았다. 마킷은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지만 …. 대답하진 않았다.

“당신은 내 것이에요!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요. 과거의 나에게도 빼앗기지 않겠어요!”

이사벨은 광기 어린 집착을 내비쳤다. 마킷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천천히 말했다.

“집착은 관계를 갉아먹는 흰개미와 같아. 결국엔 양쪽 모두를 파멸시키지.”

마킷은 몸을 돌려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한 후,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였다. 밤이 깊어간다.

그는 품 안에서 잠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사벨의 몸은 아름답다. 유리처럼 매끈한 몸매와 고무처럼 탄력 있는 피부. 흠잡을 곳이 없다. 최소한 육체는 그렇다. 그녀와의 섹스는 황홀했지만, 충만하진 않다. ‘예전의 이사벨’과의 섹스에서는 정신적 교감이 오갔고 마음이 편안했다. 섹스하는 동안 근심을 잊을 수 있었고, 섹스를 끝낸 후에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극을 주고받는 수준 …. 짜릿하긴 해도 …. 덧없이 피곤한 섹스였다.

이사벨이 눈을 뜨고 마킷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 상품 가치를 평가하는 전당포 노인 같았다.

“섹스하면서 몇 번이고 당신 몸에 칼을 꽂는 상상을 했어요. 입으로는 당신의 피를, 몸으로는 당신의 정액을 마시는 거죠. 재밌겠죠?”

“영생자가 되면 그런 게 재밌어지나?”

“왜 당신을 죽이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더 재밌는 방법을 연구 중인가?”

“아니에요. 저에겐 당신이 필요해요.” 그녀는 마킷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 같은 영생자에게 악마 같은 성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영생의학’은 금지될 테고, 우리는 사냥 당하게 되겠죠. 영생자를 위해서라도,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 당신이라면 우리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만들 수 있어요.”

“원하는 게 그런 거라면 몸을 섞지 않아도, 돼.”

“그것뿐이 아니에요. 궁금했어요. 영생자가 되어도, 당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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