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오는 4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이 ‘새로운 롯데’로의 도약을 내딛는다. 롯데는 조직개편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에 기존의 관습, 내부 조직문화를 모두 버리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환경이 조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 롯데월드타워 스마트 오피스에는 자유로운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카페 형식의 라운지가 있어 직원들은 자율근무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롯데물산

14일 롯데물산에 따르면 잠실 롯데월드타워 19층에 그룹 내 최초 스마트 오피스가 꾸려졌다. 해당 오피스는 롯데물산이 창립 이후 35년 만에 처음 갖는 공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고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해도 될 만큼 회사를 가고 싶은 근무환경으로 만들어보자”며 특별한 오피스공간을 제안했다.

신동빈 회장의 뜻에 따라 롯데월드타워 내 롯데물산 오피스 공간은 직급 순서별 자리 배치와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석을 도입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 콘셉트를 정하고 설계와 공사를 진행하는 데에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롯데물산 오피스공간은 임직원간 소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3무(無)공간으로 꾸려졌다. 전선, 종이, 칸막이가 없으며, 변동 좌석제를 실시한다.

직원들은 개별적으로 노트북과 개인 사물함을 배정받아 그날 그날 자유롭게 좌석을 정해 근무할 수 있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부서(팀)별 사무실 구획과 직급 중심의 수직적인 좌석 배치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자율근무를 바탕으로 설계된 사무실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유롭게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필요 시 누구나 언제든 모여 협업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긴 테이블 형태의 ‘핫데스크’가 사무실 한 가운데 설치됐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룸’과 자유로운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카페 형식의 ‘라운지’도 구성됐으며, 안마기가 설치돼 임직원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비타민룸’과, 임산부와 모유 수유 여직원들을 위한 ‘맘편한방’에 이르기 까지 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들이 별도로 구성됐다.

임원 집무실도 권위의 상징에서 소통의 상징으로 변신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창가 쪽 자리에 자리 잡았던 임원들의 집무실은 사무실 공간 가운데로 옮겨졌고, 전망이 좋은 창가 쪽 자리에 직원들의 좌석과 휴식 공간들이 배치됐다. 특히, 임원 집무실의 외벽은 직원들과의 장벽을 없애는 취지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제작됐다.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은 스마트 오피스 입주식에서 “사무실의 칸막이와 고립 공간을 없앤 것은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며 “이곳에서 힘을 합쳐 뉴 롯데의 기업문화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사무공간의 변화로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익숙하지 않은 제도로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 롯데 계열사 마케팅부서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했었으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내부 직원은 “기존의 사무공간을 선호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면서 “개인 자리가 없으면 사무실에 개인용품도 가져다 놓을 수 없고, 자리 쟁탈전까진 아니지만 독립된 공간을 이용하려 경쟁을 펼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경직되지 않는 분위기가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소니코리아의 경우 여의도 IFC 건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자유석 제도를 도입했는데, 자유석이지만 보통 팀끼리 모여 일하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며 업무의 유연성도 더해진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 올해 1월1일부터 롯데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롯데호텔부산

한편 롯데그룹은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오피스 공간 변화 외에도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 1월1일부터 롯데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 역시 법적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음에도,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관련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한다는 그룹 내부의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롯데는 여성에 이어 남성 임직원들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로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 국가와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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