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넓은 공간, 강력한 힘, 안전성. 꼭 SUV만 가진 장점은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봐도 SUV를 대체할 차들은 충분히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비대한 디자인과 저연비, 불안한 승차감 등 SUV에 대한 회의도 잇따르면서 SUV를 대신할 차종들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 강력한 힘에 적재공간까지, 그게 바로 ‘핫 해치지’

▲ 작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됐던 RN30. 올해 출시될 i30 N을 예상해볼 수 있는 고성능 콘셉트카다. 현대자동차 제공

해치백은 가장 대표적인 실용 차종이다. 우선 일반적으로 소형에서 준중형 체급이기 때문에 저렴한 편이다. 또 그만큼 연비가 높아서 유지비용도 적다. 풍만한 엉덩이 덕분에 트렁크를 다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동급 SUV 수준의 공간이 나온다. 때문에 실용을 중요시하는 유럽에서 해치백은 가장 인기가 많은 차종이다.

그렇다고 해치백이 단지 실용적인 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핫 해치’. 바로 고성능 해치백을 가리키는 단어다. 특히 유럽에서는 해치백에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릴뿐 아니라 평평한 엉덩이 때문에 공기 역학에서도 고속 주행에 불리하지만, 업계에서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소비자를 위해 핫 해치를 자주 내놓는다.

대표적인 핫 해치는 폭스바겐 골프다. 실용적인 차로만 인식됐던 해치백에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실은 ‘GTI'모델로 유럽에 해치백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 알려져있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8세대 골프 출시 일정은 여전히 묘연하지만, 최근 들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소비자 기대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i30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초 해치백 브랜드로 최근 3세대가 출시됐다. 국내 성적은 시원치 않지만 유럽에서는 i20, i10까지 낳은 모델이다. 아직 핫 해치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성능이지만 올해 중 현대차의 첫 N시리즈로 새로 출시되면 국가대표 핫해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에는 르노삼성도 해치백 시장에 뛰어든다. 바로 클리오다. 르노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사용해 친숙한 모습이다. 국내 디젤차 규제 때문에 고성능 모델인 클리오 RS 출시는 어렵다는 것이 르노삼성 관계자 설명. 다만 클리오로 인한 해치백 열풍이 분다면 국내 도로에서도 다양한 해치백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 르노삼성은 올해 중으로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고성능 버전인 RS는 오지 않는다. 르노삼성 제공

그 밖에 BMW 1시리즈와 볼보 V40,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도 인기를 늘려가는 수입 해치백이다. 그 밖에 토요타 프리우스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차들은 해치백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 ‘리무진 급 승차감’ 왜건

웨건은 영어로 화물차라는 뜻이다. 앞에서 보면 세단과 똑같지만 트렁크가 길고 거대해서 화물차를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다. 동급 세단 대비 엄청난 크기의 트렁크 용량이 장점이다. 차체가 긴 만큼 안정적인 주행 성능에 따른 인기도 적지 않다.

▲ 현대자동차는 i40 왜건으로 내수 왜건 시장을 지키고 있다. 대신 유럽에서는 상당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내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외관 때문인지 실용성 대비 인기가 적다. 과거 현대차가 아반떼 투어링이라는 모델로 시장 확대를 시도했지만 실패. 이후 최근까지도 그렇다할 시장이 없다.

그래도 현대차는 시장에서 i40 왜건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국내 판매량이 1월 대비 단 8대. 처참한 성적이지만 국산 왜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유럽에서는 작년 한해동안 2만대 가까이 팔렸을 만큼 높은 실적을 거두는 효자 모델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볼보 크로스컨트리가 가장 유명한 왜건형 모델이다. 1996년 처음 출시된 후 대표적인 왜건 모델로 자리잡았다. 조만간 플래그십 왜건인 V90 크로스컨트리가 나올 예정이다.

BMW도 ‘투어링’ 이라는 이름으로 왜건을 선보이고 있다. 320d 투어링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도로에서도 자주 모습이 보인다.

■ 남자의 로망, 픽업트럭

픽업트럭은 남자를 상징하는 차다. 거대한 적재 공간에 강력한 힘, 투박한 디자인 덕분에 쓰임도 많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인기가 높다. 픽업트럭 관련 애프터마켓 규모만도 상당하다. 국내에서는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화물칸이 2m 이상이면 화물차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 코란도 스포츠는 국내 유일한 픽업트럭이다. 세금에서의 이점 때문에 적재 공간을 개조해 SUV처럼 쓰기도 한다. 쌍용자동차 제공

아직 큰 인기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국내에서 정상적인 경로로 만나볼 수 있는 픽업트럭은 쌍용차가 만든 코란도 스포츠가 유일하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프레임 보디에 강력한 4륜 구동을 갖추고 있어서 평가는 좋다. 지난 1월 판매량은 1,850대. 매월 2,000대 전후 판매량을 기록하며 외롭게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지키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수입 모델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장 소비자 기대가 높은 모델은 쉐보레 실버라도다. 국내에 출시된 적은 없지만 일부가 개인적으로 국내에 들어와서 가끔 도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지엠이 최근 자사모델을 들여오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쉐보레가 실버라도를 들여올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포드 F-150에 대한 관심도 높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국내 시장 출시는 예정조차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픽업트럭인 만큼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

현대차가 픽업트럭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차가 SUV 라인업을 확대하면 인기 차종인 픽업트럭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현대차는 아직 이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투싼 기반의 픽업트럭 콘셉트카를 공개한 적이 있는 만큼, 개발 능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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