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특검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까. 두 차례에 걸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로 소환시키면서 '뇌물 공여죄' 혐의 입증에 올인하는 특검의 수사방식이 의문이다. 첫 소환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다. 국민연금의 찬성표 투척에 대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간 커넥션으로 간주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몰았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건 합병 이후로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박 대통령의 독촉과 연결 짓기는 무리였다. 지난 달 법원에서도 "관련자 조사를 포함한 수사 진행경과가 미흡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검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법원의 판결을 들여다 보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는 특검팀의 일방통행적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다. 하물며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묻고 싶다.

특혜와 뇌물 공여가 없음을 강조하는 삼성측의 주장을 빌린다면 뇌물을 준 사람도 특혜를 받지도 않았다. 받은 사람은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뇌물수수 혐의 입증도 적용될 수 없다. 특검은 삼성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다시 나서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압수수색, 삼성 계열사 자금담당 임원 줄소환 등 삼성을 도마 위에 놓고 뇌물 공여죄를 적용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검은 이번 재소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의 순환출자를 정조준했다.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과정에서 이 회장의 승계 편의를 위해 청와대가 공정위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공정위가 청와대의 개입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로 결정했다가 500만주로 축소했다고 의심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종결된 2015년 9월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순환출자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보내 합병과 관련된 의견을 물었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 합병 건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삼성SDI는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합병 후 7개월 내 자발적으로 처분했다. 삼성은 500만주를 처분해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했다.

일부 법 전문가 사이에서 특검이 뇌물 공여죄 혐의를 무리하게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환출자 과정에서 뇌물죄를 구성하는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다. 삼성이 합병 이후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 공정위의 의견을 재차 확인하고 의견에 따랐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삼성이 서로 의견을 조율해 결정한 것을 불법이자 뇌물죄 성립이 된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통법규대로 지켰으니 처벌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제재다.

탄핵 심판은 정치 순화적 판결이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인 판단은 물론 민심과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없음을 예견하는 대목이다. 특검의 수사를 통해 헌재가 결과를 일부 인용할 수 있는 만큼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인용과 기각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시기와 여론에 몰린 퍼즐맞추기 수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를 놓고 신중론과 재청구론이 팽배하게 맞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분석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고 하면 패착이다. 재벌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인식도 오류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한 배경에는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고도의 계산으로 분석된다. 삼성을 압박하면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할 수 있는 압박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의중이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벌을 받게 되는 셈이다. 특검이 재벌을 공공의 적으로 공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헌재와 같이 특검도 정치적인 판단으로 기업 오너를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여론에 몰린 재벌 옥죄기로 인해 삼성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게 되며 경영시계를 멈추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기업의 낙수 효과로 투자와 고용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지위나 소득, 명성 등 시기해서 소수의 재벌을 차별해서는 안된다.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여론이나 정치적인 판단으로 재벌을 몰아쳐서는 안된다.

이중적인 잣대도 그렇다. 정부나 국민들이 경제가 어려우니 고용을 늘리고 투자 확대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휴가를 늘리고 국내여행으로 돌려달라고 대기업에게 당연하게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재영장 청구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번 뇌물죄 혐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순환출자를 이유로 재영장 청구는 소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의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확실히 단정하기는 힘들다.

뇌물죄 의혹의 출발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간 경영권 방어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펼쳤다. 엘리엇의 경우 합병으로 인한 손해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뒷 내면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그에 따른 혜택을 보기 위함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삼성전자의 주가와 삼성물산의 지위가 상승하게 된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인 엘리엇의 입지 또한 올라간다는 계산이었다.

소버린이나 론스타 사례와 같이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할 것이고 삼성그룹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소액주주들도 삼성에 손을 들었다. 주가 차액을 노렸던 주주들은 엘리엇 편에 섰고 국가 경제를 생각하고 헤지펀드인 엘리엇에 넘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소액주주들은 애국심을 발휘했다.

당시 금투업계에서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헤지펀드에 뺏길 수 없다며 합병에 한 표를 던졌다. 당시 엘리엇의 표 대결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지 않으면 매국노로 몰던 때다. 그러나 지금 합병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문제 삼는 특검의 고무줄 잣대는 부당하다. 애국을 매국으로 매도하는 결과 뿐이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먹고 먹튀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차별적인 조치를 하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기면서 약 5조5,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게 론스타의 입장이다. 산업자본임에도 외환은행 인수를 도와준 정부를 향해 칼을 겨눈 셈이다.

정부는 론스타 ISD에 약 4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이 소송이 장기화 될수록 비용 추가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패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국민들의 혈세가 새어나가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고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론 이미 2015년에 끝날 일이기 때문에 확률은 거의 없지만 특검의 오판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특검의 이 부회장 재영장 청구는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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