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채성오 기자] #Y씨는 운동을 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3년 동안 꾸준히 사용한 스마트워치의 만보계 기능이 오작동한 까닭이다. 100m 가량 걸었음에도 일일 목표치 1km를 달성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꺼낸 Y씨는 그제서야 GPS 조작앱 때문임을 깨달았다.

▲ 그래픽=채성오기자

최근 Y씨처럼 GPS 조작앱을 사용하다 스마트기기 오작동을 경험한 사례가 늘고 있다.

15일 IT업계에 따르면, 위치정보 시스템(GPS) 조작앱을 사용할 경우 스마트 기기 일부 기능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GPS 조작앱은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를 사용자가 지정한 곳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서 개발자 옵션 설정을 변경한 후 사용할 수 있다. 개발자 옵션에서 USB 디버깅 모드를 실행하고 모의 위치 앱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일부 포켓몬고 이용자들은 GPS 조작앱을 통해 가상 위치를 지정한다. 위치에 따라 포켓스탑 및 포켓몬 출현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조작앱을 켠 채 포켓몬고에 접속하면 지정된 위치의 게임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지도 데이터에 등록된 좌표나 지명을 지정하기 때문에 언제든 원하는 위치로 이동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를 연동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는 모의 위치에 대한 정보만을 인식한다. GPS 조작앱을 켠 채 만보계 기능을 사용할 경우 실제 위치가 아닌 가상 이동거리를 측정한다.

100m를 걸었지만 GPS 조작앱으로 1km를 이동했다면 스마트 기기에 표시되는 운동량은 1km가 되는 셈이다.

GPS 조작앱의 폐해는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디버깅은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아 수정할 때 부여하는 권한이다.

스마트폰 내 USB 디버깅 모드가 개발자 옵션 메뉴에 포함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위치정보를 변경하는 작업은 개발 옵션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에 자칫 악성코드나 특정 오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등 위치정보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스마트 기기의 경우 GPS 조작이 계속되면 운영체제(OS)에 심각한 오류를 줄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자 위치를 제공받고 움직인 거리에 따라 운동량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 GPS 조작앱을 설치한 후 USB 디버깅 상태에서 모의 위치 앱을 지정하는 화면. 스마트폰 화면 캡쳐

본지에 관련 사례를 전달한 익명의 제보자는 “집 주변에 포켓스탑이 없어서 GPS 조작앱을 사용했는데 스마트워치 만보계 기능이 오류를 일으켰다”며 “포켓몬고를 재밌게 하려다 스마트 워치가 고장날까봐 관련 앱을 지웠다”고 밝혔다.

GPS 조작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에는 USB 디버깅 모드가 설정된 안드로이드 기기만을 노린 악성코드가 유행한 바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GPS 조작앱은 USB 디버깅 모드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보안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스마트폰은 물론 연동해서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의 고장 원인이 될 수 있어 가급적 해당 앱을 쓰지 않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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