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 주말동안 친구들과 먹방여행을 위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연남동을 방문한 A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프리마켓,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대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A씨는 멋들어진 장신구가 마음에 들어 사려고 했지만 현금이 없었다. 카드결제는 분명 안될 거라 난감했다. 근처 은행 ATM에서 현금을 찾는 번거로움이 부담이 됐다. 하지만 진열대 한편에 '현금결제, 계좌이체 가능" 문구를 확인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프리마켓 상인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주고받아 카카오페이로 물건 값을 계산했다.

현금 없는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용카드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을 맞이할 전망이다. 내 손의 스마트폰 하나면 불편하게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가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간편결제가 주된 결제방식으로 선호되면서 카드업계가 아예 모바일 간편결제 무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국내 카드사들이 모바일카드 생태계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현금은 물론 카드도 없는 사회가 찾아올지 모른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원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사이 몸집을 다섯 배나 불렸다. 신종 전자지급서비스 항목에서도 간편송금이나 결제(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부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의 생태계도 바꿨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실물카드를 소지한 고객 중 모바일카드를 겸한 고객의 비율은 12.1%가 됐다. 전년대비 2배가 뛰었다. 미래 전망도 밝다. 모바일카드를 사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고객의 비중이 현재 이용고객보다 10% 높은 22.5%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 모바일카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한카드의 앱카드 ‘FAN(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결제금액 5조원을 달성했는데, 이중 3.2조원(64%)이 2030세대에서 나왔다. 2030세대의 신한카드 전체 이용금액 비중인 42%보다 22%나 많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시장이니만큼 카드사도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인다.

최근 카드사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의 바람이 거세지자 실물카드보다 모바일카드에 주력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간편결제 시장이 순식간에 성장하자 모바일카드의 근육을 키우는 분위기다. 카드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BC카드가 O2O 특화 ‘엉카드’를 내놓으면서 전업 카드사 전부가 앱카드 형식의 모바일 플랫폼을 갖췄다.

지난 7일 삼성카드는 ‘삼성 페이 미니’ 베타 서비스를 론칭하며 모바일카드 분야에 힘을 싣기로 했다. 국민과 신한, 우리 등의 대형 카드사들도 모바일단독카드를 선보였다. 하나카드는 2015년 모바일로만 출시되는 ‘모비원’을 세계 최초로 내놓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현금선호 풍조 탓에 카드가 기를 펴지 못했던 벼룩시장과 영세업체에서도 모바일카드로 활로를 찾았다.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 탓에 현금만 받거나, 계좌이체를 요청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생활밀착형 업체와의 O2O 시장을 확대하며 공조를 다지는 중이다.

모바일카드의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낮지 않다. 다만 소상공인들은 점포가 제휴카드의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돼 광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서로 윈-윈전략이 통했다. 카드업계로서는 O2O 제휴업체가 무조건 모바일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의 ‘현금만’ 풍조를 타파하고, 간편결제의 자리도 꿰찰 수 있음을 내다봤다. 

카드업계와 상인 모두 록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가 금융 생태계를 새로 만들며 카드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O2O시장은 카드업계가 간편결제의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라고 말했다.

국민카드는 앱카드에 O2O 서비스를 결합한 ‘플러스 O2O’를, BC카드는 O2O 특화 신용카드 ‘엉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생활앱)와 롯데카드(퀵오더), 신한카드(FAN)는 아예 모바일 O2O플랫폼으로 제휴 업종을 불려나가고 있다. 우리카드는 특화 애플리케이션인 ‘O2O서비스존’을 선보였고, 현대카드는 앱카드에 ‘생활편의앱’을 내장했다.

각 카드사는 이후 빅데이터와 O2O를 결합해 간편결제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결제하는 업종을 구분하고 있다”며 “이중 생활밀착형 업종들을 중심으로 모바일카드 제휴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드사들은 모바일카드의 다양한 혜택을 쏟아내며 고객잡기에 전력투구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온라인 자동차금융 서비스인 ‘삼성카드 다이렉트 오토’를 소개했다. 삼성카드 다이렉트 오토는 자동차 구매 시 모바일 앱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직접 할부, 리스 등 자동차 금융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주류소매업체는 신한카드 모바일을 두드려볼 만하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일 KG이니시스와 에이튜드와 함께 신용카드로 주류구매를 가능케 하는 모바일 결제 기반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소매점은 통장잔고 관리의 불편함을 벗게 됐다.

현대카드는 2016년 ‘페이샷’을 내놓고 온라인 쇼핑몰 고객 선점에 나섰다. 페이샷 이용 고객은 옥션, 11번가등 제휴 쇼핑몰 17곳에서 로그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혜택을 ‘포켓몬go’처럼 잡는 ‘조커’ 앱으로 카드 고객의 모바일 즐거움도 높였다.

최초의 모바일단독카드 하나카드 ‘무비원’은 플라스틱 카드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모든 온라인 결제 및 약 3만 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다. 시장을 먼저 선점해 가맹점 수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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