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경륜 특선급 판도가 ‘라인’ 구도를 따라 요동치고 있다.

경륜에서는 선수들의 등급을 가장 하위단계인 선발급, 중간단계인 우수급, 최상위 단계인 특선급 등 크게 3등급으로 나뉜다. 각 등급은 2~3개 세부등급으로 구분된다.

▲ 최근 경륜 특선급 경주에서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각 팀들간 전략적 연합이 활발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요즘 특선급의 판세가 흥미진진하다. ‘수도권-충청’ ‘창원-대구-호남’ 등 각 팀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경륜 지존’으로 불리는 정종진을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 선수들과 김현경ㆍ전영규로 대표되는 충청팀이 한 축을 이루었다. 이에 맞서 이현구ㆍ박용범이 속한 김해팀과 류재열이 몸 담은 대구팀, 호남팀의 젊은 선수들이 손을 잡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선급 판도가 양분됨에 따라 경주의 박진감은 배가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선수들은 조직적이고 선수자원이 풍부한 김해팀, 창원팀에게 큰 경주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충청권 선수들은 수도권 선수들과 연대에 큰 효용을 느끼지 못하고 변방에서 활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14년,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그랑프리)를 창원팀의 이현구, 박용범이 각각 차지하며 ‘창원 대세론’이 굳어지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정종진이 걸출한 기량을 발휘하며 판세가 급변했다. 정종진은 기어배수 상한제도가 도입되며 최대장점인 회전력을 살릴 수 있게 됐다.

수도권 내 라이벌 구도 역시 정종진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상권 선수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도권 선수들과 친분이 있던 전영규ㆍ김현경 등이 점차 수도권 선수들과 연대횟수를 늘려갔으며 이것이 현재의 ‘수도권-충청’ 연합의 전략적인 라인구도로 이어졌다.

지난해 그랑프리 결승전은 이러한 라인구도를 여실히 보여준 경주였다.

유성팀 선수들이 경주 초반 시속을 올리고 내선에서 기회를 엿보자 중간에서 수도권 선수들이 선행 젖히기로 승부 타이밍을 잡으며 창원연대를 견제했다. 결과는 정종진의 호쾌한 젖히기 우승. 또 3착(위)에 성공한 수도권 선수인 정하늘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제왕의 입지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앞서 준결승전에서도 정종진은 수도권 유태복 보다 유성팀 김현경을 더 의식하는 경주운영을 펼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원의 대세’ 박용범과 이현구가 선두탈환을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사이, 21기 다이나믹 듀오 황인혁과 성낙송이 특선급의 강자대열에 합류한다. 특히 성낙송은 정종진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만난 총 7회의 경주에서 3회나 정종진을 제압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13일 광명 특선결승전에서는 친분이 있는 호남팀 이으뜸, 창원팀 윤민우와 뭉쳐 정종진에게 완승을 거두며 ‘창원-호남’의 전략적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라인’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륜전문가는 “라인 구도가 심화되고 선수들 간 긴장감이 팽배해지며 이제는 평일 경주도 강자들 간 타협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인지도에서 앞선 강자가 경쟁상대로 나선 선행선수를 활용해 짧게 승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젖히기로 크게 넘어서면서 견제하는 경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개개인의 실력만으로 등수를 예상하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축 선수의 의도나 라인의 상관관계에 따라 더욱 심화된 추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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