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근육질의 백인남성이 광활한 사막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모습. 머슬카는 그런 자동차다. 각진 얼굴에 2도어 쿠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하는 8기통 엔진이 필수품이다.

머스탱. 포드코리아 제공

쉐보레 카마로SS와 포드 머스탱. 1960년대에 나와 6세대에 걸쳐 업그레이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몰락하며 단종되거나 성격을 바꿨다는 것 또한 같다. 6세대부터 다시 머슬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 역시 두 차의 닮은 점이다.

두 모델이 국내에서 머슬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두 모델 다 5,000~6,0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이 돈으로 1억원이 넘는 스포츠카들과 크게 떨어지지 않는 속도를 즐길 수 있다니.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현실적인 드림카’로 자리잡은 이유도 쉽게 추정해볼 수 있다.

▲ 카마로 SS. 한국지엠 제공

고성능차를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카마로SS와 머스탱 모두 4초 초반대다. 카마로SS가 약간 더 빠르다는 평가인데, 최대토크가 62.9kg·m으로 머스탱 54.1kg·m보다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마로는 배기량도 6,200cc급으로 5,000cc급인 머스탱보다 크다.

변속기는 카마로SS가 8단, 머스탱은 6단이다. 변속기 단수가 높다고 성능을 판가름하기는 어렵지만 최대출력도 카마로SS가 조금 더 높다. 453마력 대 422마력이다. 공차중량도 카마로ss가 1,706kg으로 머스탱(1,750kg)보다 가볍다. 주행성능에서는 아무래도 머스탱이 달리는 모습이다.

▲ 카마로SS 실내도 머스탱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다. 한국지엠 제공

그렇다고 카마로SS가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조향능력에서는 두 차 모두 낙제라는 반응이 많다. R-EPS를 장착했지만 역시 머슬카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또 국내에서 머슬카는 꼭 달려야 하는 차가 아니다 .도로 교통 법규가 잘 돼있고 차가 많아서 달릴만한 곳도 없다. 아무리 머슬카라도 성능보다는 '폼'이 중요한 이유다.

디자인을 놓고 보면 두 차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카마로SS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범블비라는 캐릭터로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긴 했지만, 머슬카를 보는 관점에서는 머스탱에 대한 지지도 높다. 특히 머스탱 실내 공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다.

▲ 머스탱은 인테리어에서 전문가와 마니아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포드코리아 제공

머스탱이 카마로SS보다 분명히 나은 점은 바로 ‘에코부스트’ 트림의 존재다. 8기통 엔진을 장착한 5.0L GT가 아닌 2,300cc 에코부스트를 사용한 모델이다.

에코부스트는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머슬카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국내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이만큼 매력적인 머슬카가 없다. 가격도 4,000만원대에 복합연비는 무려 10.1km/ℓ. 8기통 엔진보다 30% 가까이 높다.

최근까지 국내 시장 판매량은 카마로SS의 압승이다. 작년에 총 666대를 팔아치웠다. 한국지엠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머스탱보다는 판매망이나 서비스 네트워크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내년 초 머스탱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릴과 리어스포일러를 크게 키우는 등 다양한 디자인 변화에 10단 변속기 장착 등 성능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