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6회> 글·김지훈

안젤로 교황은 양손을 가슴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자세로 누웠다. 얼굴에는 호흡 마스크가 씌워졌다.

“현재 체온 97.88화씨. 캡슐 내부 온도 41화씨. 영생이식 진행률 78퍼센트.”

상황실의 모니터 요원이 겔버에게 온갖 데이터를 불러주었다. 겔버는 먹잇감을 노려보는 고양이처럼 모니터를 응시했다. 상황실 한쪽에는 교황청의 요청에 따라 예단이 설치되었다. 이리엘 주교는 예단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주여! 안젤로 교황님을 당신의 종으로 사용하소서. 그분의 영광을 허락하소서!’

“밸브 개방! 10초 후 판타지늄 분사가 시작됩니다.”

진공상태 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판타지늄은 콜로이드 입자에 싸인 상태로 호흡 마스크를 통해, 교황 체내로 흡수될 것이다. 오르락내리락하던 바이탈 사인이 팽팽한 실처럼 직선이 되었다.

교황의 체온도 낮아졌다. 판타지늄으로 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영생이식 이전에 맞이하는 작은 죽음 ….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젊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수 초 이내에 바이탈 사인이 반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겔버의 입안은 사막처럼 건조해졌다. 심장은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심장을 교황에게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본디, 교황은 꼬레아에서 영생을 이식받을 계획이었지만, 교황의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서, 순서를 기다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유럽 입자 가속 연구소 31 섹터에서 교황의 영생 이식을 주도했다. 만일, 이번 이식에 성공한다면, 31섹터의 기술력을 알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겔버는 31섹터의 영생이식 연구 책임자였다. 만일 실패한다면….

최초의 진동은 미약했다. 그러나 연이어진 박동은 북소리 같았다.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성공을 장담했던 겔버였다. 기도를 올리고 있던 이리엘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주여! 감사하나이다.’

계기판을 지켜보던 모니터 요원도 함빡 웃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곧바로 멈췄다.

“교황님의 체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104화씨를 넘어섰습니다. 챔버의 온도를 낮추고, 50시시 버퍼를 투여하겠습니다.”

모니터 요원은 매뉴얼에 따라 조처했다. 교황의 체온이 오르는 건, 이미 예측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적절한’ 대처뿐이다. 가장 위험한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흥겨운 파티 같았던 분위기는 긴박한 야전병원으로 급변했다. 이리엘 주교는 더욱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오 이런! 교황님 몸에 불이 붙었어!”

모니터 요원이 소리쳤다.

겔버는 다리 사이에 머리를 처박은 자세로 앉았다. 찬란하게 타오르던 교황은 수술실로 옮겨졌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 겔버의 동료, 미첼이 의료팀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지만, 그녀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수술실에서 나온 미첼이 겔버 곁에 앉으며 말했다.

“최악은 면했어.”

겔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른 오이처럼 핼쑥했다.

“가까스로 죽음은 피했지만......... 다리를 절단해야 했어. 그리고 시력도 잃었어. 교황을 장애인으로 만들다니......... 꼬레아의 영생의학 연구소에서는 교황의 부작용을 걱정해서, 일부러 계획을 늦췄다는 소문이야.”

미첼은 뻔한 덫에 걸린 짐승처럼, 분한 표정이었다. 겔버가 일어섰다.

“이리엘 주교에겐 내가 말할 게.”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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