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올해 초 20년간 몸담았던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김부장. 약 3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이 들어왔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정든 곳을 떠났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난생 처음 만져보는 목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퇴직직원을 위해 은행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제2인생 설계를 받고 새출발한다는 의미를 넘어, 회사로부터 진정성 있는 복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만족해했다.

은행들이 퇴직한 직원의 삶까지 함께 준비해 주며 ‘마지막’ 복지에 힘쓰고 있다. 퇴직직원에 대한 관리 서비스로 퇴직의 아픔을 위로하고 성공적인 퇴직생활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 프로그램을 개설해 세미나를 열고 1대1 맞춤상담까지 진행한다. 그동안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회사를 떠난 퇴직자들에게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노력들은 부족했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최근 퇴직직원의 재취업을 돕고 자산관리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국민은행이 올해 2월 신설한 ‘행복플러스 자산관리 컨설팅’ 프로그램은 세미나는 물론, 명동 KB자산관리 플라자를 통한 대면상담, 세무상담 핫 라인 등 퇴직직원의 자산관리를 무료로 지원한다.

▲ 국민은행이 주최한 '행복 플러스 자산관리 세미나'에 참석한 퇴직직원들이 세미나를 듣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지난 10일에는 희망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행복플러스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자산관리, 부동산, 법률, 창업컨설팅 등 퇴직자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로 구성됐다. 국민은행은 보다 많은 퇴직직원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2월 중 7차례에 걸쳐 지역별 세미나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세미나 이후 실시한 1대1 맞춤 상담은 직원들의 큰 호응과 요청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며 “전직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외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직종으로 두루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금융권 최초로 퇴직직원 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 지난해 7월 신한경력컨설팅센터 개소식에서 조용병 신한은행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유주선 신한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퇴직직원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준비를 지원하는 ‘신한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직직원에게도 함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직직원에게는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퇴직자에게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생애설계 프로그램’은 미래설계 및 취미활동 탐색 등 개인별 특성에 맞춰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구인기업과 연계해 재취업을 주선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전문기관과 연계해 실질적인 사업실행 계획을 지원한다.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직원이 지원서 작성법, 면접요령 등 강의하는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실제로 경력컨설팅센터와 연계한 성공적인 재취업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 퇴직직원은 신한베트남은행에서 기업금융전담역(RM) 팀장으로 일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관리하고 한국계 개인사업자에 대한 여신을 담당하는 코리안데스크(Korean Desk)를 맡게 됐다.

또 다른 퇴직직원은 신한은행의 일본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에서 상시감사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 이들은 현직에 있을 때 부지점장급 이상의 직급으로 퇴임한 직원들이다. 재직 당시 업무 경험을 살려 현재 영업점 현장지도 및 사고예방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년 계약직이나 현재까지 계속 재계약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경력컨설팅센터가 퇴직한 직원들의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함으로써 퇴직이라는 환경변화나 정보단절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했다”며 “퇴직 후에도 은행과의 연결 매개체로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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