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임직원들이 신년 결의를 다지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송진현] 지난해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뤄내 희망에 들떠있던 우리은행에 연초부터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의 궤도이탈 행보 때문이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관치시대 못지않은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민영화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은행의 지분 30%를 쪼개 팔면서 민간주주 5곳에 우리은행 사외이사 자리를 내줬다.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IMM(6%), 한국투자증권(4%), 동양생명(4%), 키움증권(4%), 한화생명(4%) 등 5곳이 각각 자사 몫으로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텐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등이 우리은행의 새 사외이사 멤버다.

그런데 이들은 오는 3월 우리은행과 과점주주 간 경영성과 약정(MOU)을 6개월 단위로 맺는다는 방침 아래 세부 평가항목을 논의하고 있다. 평가항목 중 판매관리 비용 및 주가상승률, 신규부실대출 비율 등 재무적 요소는 확정적이고 그 이외에 인사 공정성 등 비재무적 요소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우선 경영성과 약정 자체가 이광구 행장에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자율경영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중은행 어느 곳에서도 약정 형태의 경영평가를 하는 곳은 없다. 비록 MOU 형태지만 문서로 작성되기에 이광구 행장으로선 반드시 지켜야할 가이드라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은행장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에 나서야 보다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사외이사들의 가이드라인을 의식하고 경영에 임해서는 좋은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일반주주에는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는 국민연금(7.42%)도 있고 예금보험공사의 지분도 아직 21.37%가 남아있다. 사외이사진의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우리은행의 수익이 악화돼 결국 나머지 주주들에게도 손해가 가면 곤란하다. 다른 은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직함에 걸맞게 큰 틀에서 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의무를 다하면 될 것이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은행장이 정도를 벗어난 경영을 할래야 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우리은행 임직원이 못 미더워 경영성과에 그토록 집착하고 싶다면 타 은행에서처럼 이광구 행장과 직원들에 대한 성과보상 시스템을 만들어 동기를 부여하면 될 것이다.

6개월 단위로 평가를 하겠다는 것도 현실을 정확히 모르는 데 따른 근시안적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에선 보통 지점장들을 상대로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경영성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1년 단위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인사고과를 책정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장은 부분별로 보통 1년 혹은 2년, 장기적으로는 5년 이상의 계획을 갖고 은행을 경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6개월 단위의 평가에 급급해 단기적인 승부에 집착하게 된다면 장기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일선 지점에서도 무리한 단기 영업으로 수익률 악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시절에도 1년 단위의 경영성과 평가가 이뤄진 바 있다.

사외이사들이 인사의 공정성을 평가항목으로 논의하는 것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가령 인사부 등 수익과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발탁 인사를 할 경우 보는 각도에 따라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런 평가항목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사외이사진에게 줄을 대려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장의 인사권이 제약을 받을 경우 자연스럽게 이광구 행장의 위상도 약화되고  이 행장의 업무 추진동력도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은 이광구 행장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 보장되어야 수익성도 좋아져 주주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아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경영을 통해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이광구 행장에게 족쇄를 채우지 말고 그가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민영화 시대의 올바른 길이 아닐까? <한스경제 편집국장>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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