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재계 1위 총수가 수갑 찬 모습이라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척한 모습으로 수용자번호 배치가 붙은 양복 차림에 수갑을 찬 상태로 압송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제 자신들의 총수가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특검 수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결국 구속됨에 따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와 롯데, CJ 등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게 됐다.

20일 재계 한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는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부회장이 결국 구속됨에 따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와 롯데, CJ 등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7일 “다른 대기업 수사는 특검 수사 기한 연장과 맞물려 있으며 수사기간 연장이 불투명해 현 단계에서 다른 대기업 수사는 할 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특검은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급전환됐다. 재계는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수사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에 좌불안석이다. 기한이 연장된다면 수사 대상 기업이 삼성 이외에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롯데와 SK 등은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수사대상 1순위로 꼽힌다. 롯데와 SK 등 대기업도 삼성과 비슷한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삼성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에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 경영권 승계 지원을 부정한 청탁으로 봤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를 적용하면 다른 기업들도 뇌물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를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지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와 롯데 모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특검 연장 가능성을 본 뒤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CJ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CJ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청탁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우리가 현 정부의 최대 피해자”라며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회장이 2013년7월 구속된 이후 3년간 오너 부재로 인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또 다시 정경유착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

만약 이제 삼성 이외에 대기업들이 특검의 타깃이 돼 수사에 들어간다면 이미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한국경제와 이미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벌써부터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Reputation Quotien)에서 삼성전자는 총 75.17점으로 49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80.44점을 획득해 7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순실 게이트 연루로 인한 특검수사로 평판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2014~2016년) 연속 10위권 안에 드는 등 우수한 평판을 유지해왔던 글로벌 기업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외신들도 이 소식을 긴급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의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한국 법원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특검의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황 권한대행이 기한 연장을 승인할 경우 3월 30일까지 수사 할 수 있다. 특검에서 수사하지 못한 사안은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수사하지 않으면 롯데나 SK 등 대기업들이 그 순간은 안심할 수 있지만 이후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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