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중국의 사드보복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등 앞으로가 우려스럽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은 울고 미국과 중국, 일본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삼성을 이끄는 총수의 구속은 삼성의 라이벌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해외 기업들을 제쳐왔다. 글로벌 경쟁기업 상당수는 삼성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태세다.  

21일 삼성 관계자는 “당장에 진행돼야 할 경영현안은 애초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그룹 중대 안에 대해서는 총수가 결정해야 하는데 앞으로의 굵직한 사업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 삼성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해외 기업들을 제쳐왔다./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다. 삼성전자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뽐내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곧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최대 수익을 내는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는 분야다. 때문에 이번 총수 부재가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에는 브레이크 역할을, 경쟁 기업에는 추격 혹은 추월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인텔은 삼성이 선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반도체 R&D(연구·개발)에 127억5,000만 달러(약 14조6,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는 전년보다 5% 증가한 것으로 전세계 반도체 R&D 지출(565억 달러·약 65조 원)의 4분의1을 차지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인텔은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력과 자금여력을 갖춰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를 본격화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기존보다 높은 성능의 제품을 앞세워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일본 외신들은 입을 모아 이 부회장의 구속은 일본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 삼성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 상실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이건희 부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삼성이 최고경영자를 잃어 경영침체가 우려 된다”고 보도했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삼성 위기가 일본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노리고 있다. 일본 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은 4차 산업혁명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소니는 인공지능(AI) 분야를 파고들고, 파나소닉은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업체로 업태를 바꾸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았다. 

삼성은 인공지능, 모바일 결제,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키워오고 있었다. 

삼성은 전장기업 하만 인수 외에도 최근 3년동안 해외기업 15곳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은 최종 결정권자의 결재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굵직한 사업들은 최종결정권자의 결재가 마무리돼야 진행할 수 있다”며 “(이 부회장)구속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보복도 우려스럽다. 이 부회장은 오는 3월 중국 하이난섬 중하이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이슈 등의 현안들을 중국 고위층과 논의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보아오포럼에 매번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핵심 최고위층과 다양한 사안들을 논의했지만 구속 기소로 참석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중국과는 사드 배치 문제로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제조사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의 전기자동차 5개 모델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배터리’ 소손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삼성은 중국 정책 수뇌부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외국 주요 기업 CEO와의 교류가 끊기게 됐다”며 “새로운 사업 진출이나 신규 투자 등의 차질이 점점 더 현실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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