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특검의 대기업 수사 등으로 미뤄졌던 롯데그룹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이번 임원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쇄신' 의지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작년 임원인사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으로 '조직 안정'을 추구했다면 올해는 신동빈 체제에 맞춘 대폭 인사라는 차이가 있다.

신동빈 회장을 보좌할 ‘황각규-소진세’ 투톱체제 역시 예측대로 이뤄졌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면서, 동시에 중심을 잡아 균형을 맞춘 인사라는 평가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등 식품 · 중화학제조 사업 부문의 이사회를 열고 2017년 정기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올해 롯데 인사의 핵심은 경영쇄신안에 따른 조직개편이다. 작년 신동빈 회장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며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경영쇄신안에는 정책본부 조직 축소 및 재편과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포함돼 있다. 롯데는 맥킨지 컨설팅 및 내·외부 인사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 과감한 본부 축소, 계열사 책임경영 지향,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집중 반영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기존의 정책본부는 3월 1일부로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2개의 큰 축으로 나눠진다.

우선 기존에 7실, 17팀, 20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던 정책본부는 4개 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실’과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된다. 총 인원은 기존의 70% 수준인 140여 명으로 축소된다.

이번에 신설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며,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을 주도하게 된다.

▲ 황각규 경영혁신실 사장,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함께 새로운 롯데를 이끌어 갈 그룹의 ‘2인자’에는 황각규 사장이 선임됐다. 황 사장은 조직 개편 후 첫 경영혁신실 수장으로 내정됐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후 95년부터 그룹에서 신규 사업 및 M&A,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해왔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적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외협력단의 소진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겼다. 또한 소 사장은 회장 보좌역으로서 신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롯데그룹은 4명의 BU(Business Unit)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BU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 계열사들의 협의체로 구성된다.

BU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위하여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 및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이기도 하다. 단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금융사 등은 BU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허수영 사장이 롯데 화학사를 총괄하는 화학 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교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가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롯데케미칼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해오던 김 신임대표는 14년 타이탄 대표로 부임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신임대표로는 이홍열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신임대표는 12년~14년에는 현 롯데엠알씨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우즈벡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2명의 신임대표 모두 해외사업장을 책임졌던 이력이 있어, 신동빈 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CEO"로 평가됐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이재혁 사장이 롯데 식품 계열사를 총괄하는 식품 BU장을 맡게 되면서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지금까지 롯데칠성음료는 이재혁 사장이 국내외 음료 및 주류 사업을 모두 챙겼으나, 이번 인사에서는 음료BG와 주류BG가 각각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음료 BG대표로는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영구 음료영업본부장이, 주류 BG대표로는 두산주류에서부터 줄곧 영업을 담당해왔던 이종훈 주류영업본부장이 전무 승진을 하면서 맡게 됐다.

이와 함께 롯데홈쇼핑은 상품과 마케팅 전문가인 롯데백화점 이완신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으며, 롯데로지스틱스도 박찬복 경영관리·유통물류부문장이 전무 승진과 함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간 외형확대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대홍기획 등 유통·서비스 사업부문의 임원인사는 22일과 23일 이사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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