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롯데그룹의 대대적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면서 롯데 앞에 가로막힌 장벽을 뚫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전날 화학·식품부문 9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롯데쇼핑 등 유통 사업 부문 임원인사가 발표됐다. 이제 호텔롯데 등 서비스 부문 계열사 인사만 남았다.

특검의 대기업 수사 등으로 두 달 가량 지연됐던 롯데 주요 계열사의 인사가 마무리 되자 회사 내 뒤숭숭했던 분위기가 완화된 모습이다. 롯데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인 경영혁신실의 수장이 된 황각규 사장을 필두로 다시 달려 나가야 할 때다.

▲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롯데는 먼저 사드 발 악재를 극복해야한다./연합뉴스

문제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경제적 보복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로 ‘2인자’에 오른 황각규 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날 2017년 롯데그룹 임원인사가 단행되면서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뉴 롯데’가 본격 출범하게 됐다.

경영혁신실 실장으로 황각규 사장이,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에는 소진세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또 롯데그룹의 계열사를 크게 4개 사업부문(BU·Business Unit)으로 묶고 정책본부를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유통, 식품, 화학, 호텔 및 기타 등 4개의 BU는 관계 계열사의 전략 수립과 사업 추진 등을 조율해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롯데는 먼저 사드 발 악재를 극복해야한다. 최근 중국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자 중국 관영 언론이 롯데는 중국에서 떠나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지난 21일 사설과 논설을 총동원해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사드 때문에 중국 내 롯데의 이미지는 거의 괴멸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롯데가 중국을 떠나 다른 시장에서 더 좋은 나날을 보내도 우리는 결코 질투하지 않겠다”며 비아냥댔다. 이어 “한국 내 롯데 면세점의 판매액의 7할은 중국 유커의 공헌인데 이젠 이 비율도 줄어들 것”이라고 공격했다.

중국 내 롯데 사업장에 대한 보복을 넘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롯데 면세점을 찾는 것도 방해하겠다는 뜻이다. 신문은 “중국은 사드를 배치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꺾을 능력이 없다”면서 “대신 사드 배치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우리의 결심만큼은 결연하다”며 한국 정부도 협박했다.

또 “한국은 중국이 꼭 필요로 하는 선진 기술이나 자원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면서 “한류 역시 이제는 고려할 가지조차 없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하면 중국인들을 해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며 협공에 나섰다.

더군다나 중국 CCTV가 3월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롯데를 비롯한 한국기업을 고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CCTV '3.15완후이'라는 고발 프로그램은 중국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롯데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황각규 사장도 이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영향으로 다음달 15일 중국의 대응이 있을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 며 “양국 정부 간 문제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우리가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룹의 위기를 비즈니스 능력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격화되면 기업들의 브랜드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롯데만이 가진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 중국의 보복성 조치의 높은 벽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경영시험대에 오른 황각규 사장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롯데는 지난 20일 북한의 신형 중거리탄도사일(IRBM) 시험 발사 등으로 국가 안보 문제가 더 위중해진 만큼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국방부에 제공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달 말 부지 제공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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