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허인혜 기자

[한스경제 허인혜] 가계부채의 불똥이 제2금융권으로 튀었다. 가계부채 대책에도 부채가 줄어들지 않자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여신심사를 옥죄기로 했다. 금융권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의 자금 구하기는 제도권에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고 가계부채 제동에 나섰다. 가계부채 관리에 팔을 걷었지만 지난해 가계대출은 되려 증가했다. 작년 말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으로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를 열고 보험과 카드업계의 대출 확대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제1은행권을 조준했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제2금융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이 제2금융권에 있다고 판단한 것.

다른 시각으로 대출 수요자들이 제1금융권의 높아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에 줄을 섰다는 이야기다. 가계부채는 줄지 않고 제2금융권 빚만 늘었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가 고스란히 이관된 것은 물론이고 악성대출이 증가했다는 눈초리도 피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확대의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이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부동산 대출 제어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욱 침체된다면 독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깡통주택과 분양물량 폭발, 미국발 금리인상이 원흉의 3박자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타이밍을 노린 무분별한 여신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속내를 따져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3.9%로 평년 증가율에 비해 크게 높지는 않다. 2010년 11.6%, 2011년 11.9%였다가 2015년에는 13.6%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전체대비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291조3,000억원으로 21% 가량이다. 제1금융권의 심사가 강화된 것을 감안하면 무분별로 몰아갈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마저 졸라맨다고 해서 전체 가계부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뿐더러, 서민들은 돈 빌릴 비빌 곳 마저 없어진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서 내몰린 서민을 감당할 만한 규모의 지원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가 정책자금 대출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양이 아니라 문턱이다. 지난해 12월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의 자격요건이 올라갔다. 사잇돌대출 역시 중등급 신용도에 한정돼 볼멘소리가 나왔다.

▲ 금융위원회가 21일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를 통해 보험과 카드 등 2금융권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계형 대출은 가계부채의 뇌관이다. 한국은행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생계형 대출의 표본인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신용대출은 다중채무와 얽힌 경우가 많다. 신용도가 낮은 생계형 대출자의 특성상 2금융이 막히면 대부업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한계가구는 급증했다. 전체 한계가구 수는 181만5,000가구로 비중과 수가 전년대비 모두 늘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과 30대 청년층 등 노동력이 떨어지거나 경제기반이 적은 층에 집중됐다. 소득이 적은 1분위 계층의 한계가구 비중도 23.8%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를 따져보면 국내 대출의 60% 이상이 금리에 따라 이자 상환액이 변경되는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앞으로 금리가 3%p 오르면 한계가구는 193만9,000가구에 도달한다. 저금리 상황 덕분에 그나마 벼랑 끝을 버티던 한계가구는 금리 인상의 손끝만 닿아도 바닥으로 추락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가이드라인으로 이들이 제도권에서 돈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게 뻔하다.

한계가구의 입장으로서는 하루 벌어 하루살이는 사치다. 한계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해 112.7%를 초과했다. 돈을 벌어도 빚을 갚지 못해 다시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선진형 여신심사 체계를 갖추면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라고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물론 수치상으로 여신심사를 꼼꼼히 하니 대출 공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저신용자나 한계가구, 생계형 대출자들은 상환 능력마저 잃고 손 벌릴 곳도 없어지게 되는 꼴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서민자금 보호장치는 4대 정책서민자금이 1조2,000억원, 사잇돌대출이 1조원이다. 전체 가계부채 1,344조원을 끌어안을 보호장치로 2조2,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제2금융권에도 여신 가이드라인이 제동을 걸면 서민들의 발걸음은 고금리 대부업으로 의지할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금융권 대출을 옥죄기 전 가계부채의 대안을 근본적으로 들여봐야 할 것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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