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삼성이 우려했던 ‘경제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얼마 채 되지도 않았지만 삼성을 향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삼성의 적들은 ‘삼성 스캔들’을 무기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심보가 역력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적은 삼성전자와 반도체로 경쟁하고 있는 퀄컴이다. 

퀄컴의 공격을 시작으로 외국 투자자들까지 삼성을 압박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 압박은 좁게는 삼성을, 넓게는 한국경제를 뒤흔드는 일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를 걸고 넘어지면서 퀄컴이 1조300억원대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연합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를 걸고 넘어지면서 퀄컴이 1조300억원대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공정위는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한 것으로 판단, 지난해 12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과징금 1조300억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불복 소송은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해야 하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인만큼 퀄컴이 소송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소송 대응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소송 접수 마감 하루 전인 지난 21일 서울고법에 과징금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장을 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소송은 기업이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부정확한 결정은 상업적 이익에 크게 영향받은 부당한 절차의 산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건을 감독한 공정위의 전 부위원장과 삼성의 관련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로 우리의 우려는 커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과의 커넥션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삼성특검을 빌미로 퀄컴이 위반사항을 물타기 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7번에 걸쳐 공개 전원회의를 진행, 퀄컴의 한 행위와 사업모델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며 “중국과 미국 역시 비슷한 판단을 했는데 삼성이 과징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퀄컴은 지난달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반독적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또 유럽연합(EU)과 대만 등에서도 경쟁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공정위로부터 어떤 특혜도 받은 것이 없다”며 “다른 많은 다국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정위의 질의에 답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퀄컴의 소송으로 이제 사법적인 절차로 공이 넘어갔다. 법원이 공정위와 같은 결정을 내리면 퀄컴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만약 법원이 퀄컴을 손을 들어준다면 공정위는 항소해 대법원까지 갈 확률도 있다. 

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우려된다. 특히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이 이번 기회를 다시 한번 노릴 수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 합병에 반대하며 합병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만약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법원에서 확정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런 경우 엘리엇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서 이뤄졌고 이로 엘리엇이 국내 투자자 보다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까지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 주요 주주인 해외 연기금이나 일부 대형 펀드는 뇌물죄를 저지른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투명한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삼성에게 뒤를 돌리면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삼성이 부패한 기업이 된다면 미국에서 엄청난 차별과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 추락과 투자자 소송, 인수합병 등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에도 심각한 타격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은 브랜드가치 세계 7위, 전세계 임직원 50만여 명을 거느린 국내 대표 기업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가 구속되면서 외신들은 이 소식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외신은 삼성의 위기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그룹은 남한 경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거대 그룹”이라며 “그룹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 최대 재벌 총수의 체포는 정체된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될 수도 있어 재계의 우려가 크다”며 “올림픽 공식 스폰서이기도 한 삼성 그룹의 총수 체포로 삼성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인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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