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재/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 뉴미디어본부 김은혜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은혜] “지겹고 힘든 일상들을 견뎌내면서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당장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은 결국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깜짝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안긴 리듬체조 손연재(23)의 말이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보이는 듯하다. 다섯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리듬체조는 손연재의 전부가 됐다. 체중 조절을 위해 ‘쿡방’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에서는 눈칫밥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리듬체조 불모지인 아시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음에도 갑작스럽게 떠나는 그에게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겨우 감당하던 어깨의 짐을 떨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그가 격려의 박수를 받아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언론플레이로 떴다.”

손연재를 비난하는 주 내용이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종합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2016 리우올림픽에 도전, 한 계단 오른 종합 4위를 차지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결코 초라한 성적이 아니다. 일본 미나가와 카호, 중국 샹 롱은 결선 행 티켓도 얻지 못한 채 예선에서 쓴 맛을 봐야했다.

세계체조매거진(International Gymnastic Magazine)은 "손연재가 놀라운 연기를 펼치며 4위에 랭크됐다"며 "상위 11위에 오른 선수 중 유일한 비 유럽권 선수"라고 호평했다. 또한 국제체조연맹(FIG) 역시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국제체조연맹(FIG)에서 발표한 ‘2016 리듬체조 세계랭킹’에 따르면 손연재는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대잔치’ 올림픽 결선에 한국인 선수가 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비인기 종목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후배들에 꿈을 안겨준 것은 결코 ‘그저 그런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

“올림픽 금메달도 못 땄는데 왜 체육대상을 네가 받아?”

손연재가 62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일부 비판의 목소리다. ‘스포츠 영웅’ 김연아가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과 대비됐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은 올림픽 금메달상이 아니다. 근 10년간의 수상자 명단에서는 손연재를 제외하고도 3명의 ‘노 금메달’ 선수가 있었다. 복싱 이옥성(52회), 사격 이대명(57회), 쇼트트랙 故노진규(58회)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손연재의 대상 선정 이유에 대해 “2015년 한 해 동안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3관왕, 제 7회 리듬체조아시아선수권대회 5관왕 등 우수한 성취와 그 노력을 인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연재는 2016년에도 제8회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금메달, 모스크바 리듬체조 그랑프리 개인종합 은메달을 수상했다.

▲사실과 의혹은 구분되어야

“최순실 때문에 은퇴하냐?”

손연재는 최근 최순실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차움병원을 이용했던 것이 화근이었으나 스포츠 스타 상당수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골프 여제’ 박인비· ‘메이저리거’ 추신수· ‘미국 미식축구 스타’ 터렐 오언스 등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차움병원을 방문했다. 손연재는 차움병원 뿐 만 아니라 국내 여러 곳의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았고 검진과 처방에 대한 비용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늘품체조 시연식에 참석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당시 손연재의 소속사 갤럭시아SM 측은 “대통령과 문체부장관이 주최하는 국가적 체조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로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체조행사에 선의를 가지고 체조 보급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손연재는 자신의 SNS에서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우리는 손연재의 퇴장에 박수를 보낼 수는 없을까.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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