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유저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여기도 환자 널렸네”.

직장인 A씨는 출시 이튿날 버스 정류장에서 포켓몬고를 켰다가 처음 보는 행인에게 험한 말을 들었다.  A씨는 “마치 내가 게임중독에 걸린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켓몬고 유저들이 게임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길가에 서서 포켓몬을 잡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여자가 ‘사람들이 다 이 XX하고 있다’고 말해 기분이 상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너희가 이래서 나라가 망한다’고 혼내 당황스러웠다” 등 사연도 다양했다.

 포켓몬고(Pokémon GO)는 국내에 최초 상륙한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한 게임이다. 앱을 다운 받아 스마트폰을 켜면 카메라와 연동해 눈앞에 포켓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GPS를 통해 직접 특정 장소에 가야 포켓몬이 나타난다.

 가상현실이지만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실제 사건 사고도 적지 않다. 안전 사고 등의 물리적 충돌의 위험도 있지만, 정신적 충돌도 발생한다. 포켓몬고 유저와 비(非)유저와의 충돌이다. 거리에 나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와 걱정부터 비난, 칭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포켓몬고 유저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은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한국보다 먼저 포켓몬고가 출시된 미국에서도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포켓몬고 화면을 따라 걸어가다 난간에서 떨어지거나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위험천만한 사고다. 한 남성은 희귀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백악관 북쪽 담을 넘어 침입했다가 백악관 비밀경호국(SS)에 체포되기도.

 아직 증강현실(AR) 기술과 포켓몬고의 원리를 접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게임은 나쁜 것’이란 인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포켓몬고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 휴일 포켓몬고 유저들이 몰리는 거리/사진=연합뉴스

 반면 '부모와 자식간, 동료간 등 평소 격조한 사이에 소통을 해주는 훌륭한 놀이다'는 주장도 많다. 포켓몬고 출시 주간이었던 지난 1월 말 설 연휴, 아이와 손을 잡은 어른들이 게임을 하러 거리로 나왔다. 다른 유저와 포켓몬 대결을 할 수 있는 ‘체육관’ 부근에서 만난 직장인 남성 B씨는 “평소 직장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는데 포켓몬고를 하면서 함께 산책도 하고 시간을 보내서 기쁘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장을 보고 귀가 중이던 엄마는 갑자기 길을 멈춰 섰다. 딸에게 장바구니를 넘기고 ‘포켓몬이 나타났다’며 연신 스마트폰 화면을 쓸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